에스모·투비소프트 주주에 ‘주식대여금지 요청’바이오업계 ‘공매도 금지법’ 마련 촉구 나서“일시적 공매도 금지, 투자심리 안정에 도움”
공매도에 지친 상장사가 금융감독원에 직접 불법 공매도 조사를 정식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13일 자동차 와이어링 하네스 전문기업 에스모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금감원에 불법 공매도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에도 에스모는 공매도와 대차거래를 줄이기 위해 주주들에게 주식대여금지 요청을 하기도 했다.
에스모 측은 “최근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 한달간 에스모의 공매도 비중은 평균 8.92%였고 지난 7월 9일은 29.53%에 달하는 공매도 비중을 확인했다”며 “공매도와 대차 잔고 비율이 늘어남에 따라 주가 하락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폭락 국면에서는 투기 수요까지 가세한 공매도가 실제 기초여건(펀더멘털)보다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날 에스모는 김정훈 대표가 자사 주식 1만4300주(0.02%)를 취득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며 책임 경영의지를 밝힌 것이다.
투비소프트 또한 지난 7월 31일 대차거래를 줄이기 위해 주주들에게 주식대여금지를 요청했다.
투비소프트 측은 “공매도와 대차잔고 비율이 늘어나면서 주가하락에 따른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차거래 활용금지 요청 혹은 보유주식에 대한 대여 불가 요청을 해주시면 공매도로 활용되는 주식대여를 금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에는 바이오업계가 ‘공매도 금지법’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한미사이언스 대표)은 협회 홈페이지 기고문을 통해 “바이오산업은 악질적이고 부정한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로 변한지 오래”라며 “세계 5위 수준의 바이오 제약 연구 규모와 인프라를 갖춘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실질적인 성장과 발전을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는 신속한 공매도 금지법 가동과 부정한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공매도에 관한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현재까지 공매도 관련 국민청원 및 제안은 3088건으로 8월에만 11건이 올라온 상태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의 하나로 공매도 규제 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단 시행 여부는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한 지난 2008년 10월 1일부터 2009년 5월 30일까지 8개월간 전 종목 공매도 제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증시가 하락한 2011년에도 비금융주를 포함한 전 종목의 공매도가 3개월간 금지됐다.
단 공매도가 주가 급락과 꼭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2008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도 주식시장의 극적인 반등을 이끌진 못했다. 오히려 국내증시의 펀더멘털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공매도 금지기간 동안 코스닥은 10% 상승했으나 코스피는 -3.4% 하락했다. 2011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2.1%, -9.9%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잔고 상위 10개 기업 중 8개 기업의 8월 주가가 하락했으나 코스닥시장의 경우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기업 가운데 6개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투자심리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컨틴전시플랜이 주가 안정화를 위한 정부 노력으로 비춰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위축도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제한 조치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실시된다면 500선까지 하락한 코스닥의 투자심리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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