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을 위축시켜 보험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범으로 지목돼 온 금리 하락이 일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생명보험사의 올해 6월 말 평균 RBC비율은 310.4%로 3월 말 293%에 비해 17.4%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3개 회사의 RBC비율이 최대 30%포인트 이상 나란히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말 RBC비율 279.4%와 비교하면 31%포인트 높은 수치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재무건전성 지표다. 각종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손실금액인 요구자본 대비 위험으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로 산출한다.
‘보험업법’에 따라 모든 보험사의 RBC비율은 반드시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교보생명의 RBC비율은 올해 3월 말 322.1%에서 6월 말 352.6%로 30.5%포인트 높아져 상승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12월 말 RBC비율 311.8%와 비교하면 40.8%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삼성생명은 338.7%에서 357.2%에서 18.5%포인트, 한화생명은 218.2%에서 221.3%로 3.1%포인트 RBC비율이 상승했다.
이들 생보사의 RBC비율이 상승한 것은 시장금리 하락으로 채권평가이익이 늘어 가용자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채권은 분류 계정에 따라 크게 중간에 매매할 수 있는 매도가능채권과 만기까지 보유하는 만기보유채권으로 나뉜다. 이 중 매도가능채권은 금리 하락 시 시가 평가에 따른 이익이 발생해 자본 항목의 기타포괄손익에 반영된다.
채권투자수익률 하락과 자산운용수익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를 유발해 온 저금리가 오히려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 셈이다.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들은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역마진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대부분 보험사의 채권평가이익이 늘었고 이에 따라 가용자본이 증가하면서 RBC비율이 상승했다”며 “현재와 같이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만기보유채권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하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 교보생명은 전체 채권의 100%, 삼성생명은 전체 채권의 99% 이상이 매도가능채권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 2017년 12월 보유 중이던 만기보유채권 29조7000억원 전량을 매도가능채권으로 재분류했다.
반면 RBC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화생명은 같은 해 반대로 매도가능채권을 만기보유채권으로 재분류해 만기보유채권의 비중이 더 크다. 한화생명은 추가 자본 확충을 위해 지난 7월 5000억원 규모의 국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동일한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증가의 영향으로 손해보험사들의 RBC비율도 최대 20% 가까이 상승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6월 말 평균 RBC비율은 250.9%로 3월 말 242.5%에 비해 8.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RBC비율 233.5%와 비교해 17.4%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5개 회사의 수치가 일제히 상승했다.
메리츠화재의 RBC비율은 216.7%에서 235.7%로 19%포인트 뛰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단, 메리츠화재는 지난 4월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DB손보의 RBC비율은 229%에서 242%로 13%포인트 높아져 다음으로 상승폭이 컸다. 현대해상은 227%에서 230.7%로 3.7%포인트, KB손보는 190%에서 193.5%로 3.5%포인트 RBC비율이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349.6%에서 352.7%로 3.1%포인트 RBC비율이 상승해 가장 높았다. 삼성화재는 전체 채권의 99%가량이 매도가능채권으로 분류돼 있다.
다른 관계자는 “금리 하락 추세는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RBC비율 관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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