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100일]韓 여행객 일본대신 동남아로···신규 예약률 급전직하

8월 일본 찾은 한국인 30만8700명, 전년비 48%↓

선호 여행지 1위 일본, 예약 취소·여행 보이콧 장기화

일본 생산유발 효과 3500억 감소, 한국보다 9배 피해

그래픽=박혜수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노(NO) 재팬’ 운동으로 일본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까지 한국인의 선호 관광지 1위였던 일본은 여행 신규 예약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전국민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실효를 거둔 만큼, ‘일본여행 보이콧’ 움직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11일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객은 30만8700명이다. 작년 동월 대비 48.0% 줄었으며, 감소폭은 불매 운동이 처음 시작된 7월(-7.6%)보다 6배 가량 확대됐다.

일본은 수년간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로 부동의 1위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약 754만명(방한 일본인 약 295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근거리, 엔저현상, 디테일한 여행 콘텐츠, 항공 노선 및 편수 확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노 재팬’ 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여행 예약 취소율이 증가세를 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일본에 발길을 끊은 지 두 달 만에 불매여행 보이콧이 실효를 거둔 것이다.

한국인의 여행 불매 운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1~8월 기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총 2214만490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보다 3.9%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1~7월 증가세(4.8%)와 비교하면 0.9% 포인트나 감소했다.

일본의 경제적 충격도 상당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7~8월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일본의 생산유발 효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37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생산유발 감소액(399억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생산유발 효과액이란 한일 여행객 규모와 지출에 따라 각국 산업에 미치는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를 금액으로 추산한 것이다.

한국 여행객의 일본 내 소비도 감소세를 보였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8월 국내 여행객이 일본에서 600달러 이상 결제한 건수는 1만1249건으로 전년 동월(2만8168건)보다 60.0%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총 1200만 달러로 전년 동월(약 2804만달러) 대비 57.2% 줄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전인 6월 국내 여행객이 일본에서 600달러 이상 결제한 건수는 2만5337건으로 집계됐다. 이후 7월 2만2747건, 8월 1만1249건, 9월(24일 기준) 1만487건으로 하락하고 있다.

심 의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일본 관광을 자제하는 국민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 방문객과 소비 감소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여행을 대체할 여행지로는 동남아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8월 베트남 여행객은 전년 동월 대비 25.0% 늘어난 40만1038명이며, 태국행 여행객도 9.9% 늘어난 18만41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8월 7만1653명 수준이던 대만행 여행객은 올해 8월 9만 3694명으로 30.8%나 증가했다.

9월에도 여행 목적지별 비중이 가장 큰 곳은 동남아다. 하나투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의 비중은 51.4%를 차지했으며, 중국(15.4%), 유럽 (12.8%), 일본(9.7%) 순이다. 일본의 여행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4% 감소했다. 전년 동월 대비 76.9% 줄었던 8월과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