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우선주 딸 민정씨 증여 가능성 있어10년 뒤 보통주 전환으로 지분 확보할듯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유상증자에 서경배 회장이 기존 주주 우선배정 방법으로 참여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서 회장에게 배정된 주식 수는 309만6881주다. 서 회장이 보유한 총 주식수에 이번 유상증자 1주당 신주배정주식수(0.0686641685주)를 곱해 결정됐다. 신주의 주당 발행가격이 2만8200원이기 때문에, 서 회장은 약 873억원을 이번 유상증자에 출연한다. 신주 발행가액은 오는 12월 2일 확정된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서 회장의 지분율은 50.2%로 줄어든다.
이번 유상증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아모레퍼시픽 지분 취득과 오설록 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0일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는 전환우선주로 총 709만2220주다. 배당률은 올해 2.50%, 내년부터 2.25%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다. 1주당 신주 배정 주식수는 0.07주로 신주권 교부예정일은 오는 12월 24일, 상장예정일은 12월 26일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 유상증자 후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1600억원에 보유 현금 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2000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입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IR을 통해 상법 제368조 1항에 의거, 향후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40%까지 늘려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자금조달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35.4%에서 37.7%로 2.3%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오너 3세’ 경영승계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이번에 발행되는 신주가 전환우선주이기 때문이다. 전환우선주는 매입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는 주식으로, 만기일까지 보유하면 배당과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전환우선주 역시 발행 후 10년 뒤 보통주로 전환된다.
그동안 대기업 오너가들은 전환우선주를 이용해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전환우선주를 매입하고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서 회장 역시 2006년 지주사 전환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 전환우선주를 장녀 서민정씨에게 증여한 경험이 있다. 이 전환우선주가 2016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서민정씨는 아모레G 2.9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서 회장이 이번 유증에서 배정받는 전환우선주 역시 추후 민정씨에게 증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 경우 민정씨는 아모레G 지분율은 3.4%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가 부양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승계가 목적인 신형우선주(전환)의 발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 주식 2000억원 어치를 매입해도 여전히 지분율 40%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치”라며 “사실상 총수 일가의 지분을 고려하면 아모레G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력은 현재도 충분히 의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분석했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2019년 반기 기준으로 현금관련자산이 2730억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아모레퍼시픽 지분 확대를 했다는 점, 아모레퍼시픽 지분 40% 이상 확대를 위해 향후 이 이슈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이즈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는 최근 중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2년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서 씨는 지난 1일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유닛으로 재입사했으며 직급은 과장급에 해당하는 ‘프로페셔널’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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