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일본처럼 잠재성장률이 급락하지 않으려면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단일 경제모델로 회원국들의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데 올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7%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이 추산한 2019∼2020년 연평균 잠재성장률(2.5∼2.6%)보다 높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잠재성장률 하락은 성장의 눈높이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OECD가 추산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하락 속도가 눈길을 끈다.
2017년에 3.1%에서 2년 만에 0.4%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2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보다 잠재성장률 하락 폭이 큰 나라는 OECD 36개국 가운데 터키(5.6%→4.9%)와 아일랜드(5.3%→3.7%)뿐이다.
터키는 미국과 갈등 속에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다.
반면 미국, 프랑스 등 18개국은 잠재성장률이 올랐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17년 1.9%에서 올해 2.0%로 상승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7.5%였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4∼5%대를 나타내다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3.9%)에 3%대로 떨어진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다 올해 2%대로 낮아졌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려도 성장률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는 게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거시적인 부양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순 있어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진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바스 배커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중앙은행이 잠재성장률 하락을 잘못 진단한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워킹 페이퍼)에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정책은 단기 부양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장기적 측면에선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로 수렴하는 등 그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최근 수정된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1990년대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1.3%포인트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일본은행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3.5%포인트 낮은 경기둔화 국면에 있다는 판단하에 금리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고 소개했다.
단기 부양책으로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없는데도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잘못된 정책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단기 부양책으론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없으며, 생산성 향상 및 저출산·고령화 해결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통한 잠재성장률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잠재성장률 하락을 겪고 있는 한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을 우려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2.3%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1990년대 초반 일본에 준할 정도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도 "잠재성장률 하락추세가 예상보다 빨라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계속 하락하면 경제 활력, 성장에 대한 기대치, 물가 상승률이 모두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일본의 경우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강도 높은 단기 부양책을 폈고 일시적으론 경기가 좋아졌지만 몇 년이 지나자 성장세가 크게 무너졌다"며 "단기 부양책은 경기를 얼마간 괜찮게 보이게 하지만 장기 하락추세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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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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