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모친 이명희 고문과 25일 크게 다퉈두 母子, 사과문 발표···“가족간 화합해 유훈 지킬 것”수세 몰린 조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 수용한 듯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 만료, 가족 도움 필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총수에 오른지 8개월 만에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외부 세력의 위협이 아닌 가족간 내홍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우려가 크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한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를 받아들여 갈등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30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집에서 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도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모자(母子)는 앞으로 가족간의 화합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 자택을 방문한 뒤 크게 다퉜다. 이 고문 측은 조 회장이 욕설을 퍼붓고 집안 유리를 박살냈다며 증거 사진을 찍어 회사 경영진 일부에 전송,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모친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반란을 지지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시했고, 이 고문은 “공동경영 유훈을 지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이달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회장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공개 저격했다. 이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이 이 고문과 사전교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 편을 들어줬다는 추측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한진그룹 두 모자는 다툼이 벌어진 지 5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주목할 부분은 ‘가족간의 화합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이 한 발 물러나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공개 비판을 한 배경에는 경영복귀 무산이 있다. 당초 연말 임원인사에서 복귀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조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또 조 전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 이후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반박했다. 회사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 듯 보인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월23일까지로, 재연임을 앞두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조 전 회장이 소유하던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다. 3남매간 지분차가 크지 않아 이 고문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든 배후에는 이 고문이 있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막내 조 전무는 모친과 언니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조 회장은 오너가와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 28.94% 중 18.27%를 빼앗기게 된다.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그룹(6.28%), 국민연금(4.11%) 등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KCGI는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반도그룹 본심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지만, 이 고문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린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의 확실한 백기사로 분류되지만, 고정표라고 확신할 수 없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라고 밝힌 만큼, 자사 이익에 따라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너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 될 뿐, 그 대상이 꼭 조 회장이어야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조 회장은 10.67%의 옹호세력만으로 표 대결에 나서야 한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미등기임원으로 회장 직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회사 운영 방향이나 전략, 투자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이나 이사회 참석 권한이 없는 ‘명예직’에 그치게 된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에 이어 이 고문과의 불화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힘겨루기를 계속할 명분이 약화됐다”며 “조 전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겠다고 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놓고 어느정도 합의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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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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