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모친 이명희 고문과 25일 크게 다퉈두 母子, 사과문 발표···“가족간 화합해 유훈 지킬 것”수세 몰린 조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 수용한 듯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 만료, 가족 도움 필수
조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은 30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 고문 집에서 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면서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했고, 이 고문도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모자(母子)는 앞으로 가족간의 화합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님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이 고문 자택을 방문한 뒤 크게 다퉜다. 이 고문 측은 조 회장이 욕설을 퍼붓고 집안 유리를 박살냈다며 증거 사진을 찍어 회사 경영진 일부에 전송,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모친이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의 반란을 지지한 것 아니냐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불만을 표시했고, 이 고문은 “공동경영 유훈을 지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이달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 회장이 독단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공개 저격했다. 이를 두고 조 전 부사장이 이 고문과 사전교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 편을 들어줬다는 추측이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한진그룹 두 모자는 다툼이 벌어진 지 5일 만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주목할 부분은 ‘가족간의 화합으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이 한 발 물러나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수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공개 비판을 한 배경에는 경영복귀 무산이 있다. 당초 연말 임원인사에서 복귀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조 회장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관련한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또 조 전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입장 발표 이후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한다”며 반박했다. 회사 경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만큼,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 듯 보인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오는 3월23일까지로, 재연임을 앞두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는 조 전 회장이 소유하던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다. 3남매간 지분차가 크지 않아 이 고문이 누구 편에 서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든 배후에는 이 고문이 있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막내 조 전무는 모친과 언니를 지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조 회장은 오너가와 특수관계인 등 우호지분 28.94% 중 18.27%를 빼앗기게 된다.
한진칼 주요 주주인 KCGI(17.29%), 델타항공(10.00%), 반도그룹(6.28%), 국민연금(4.11%) 등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KCGI는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반도그룹 본심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지만, 이 고문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린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의 확실한 백기사로 분류되지만, 고정표라고 확신할 수 없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장기적인 투자”라고 밝힌 만큼, 자사 이익에 따라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너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 될 뿐, 그 대상이 꼭 조 회장이어야 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악의 경우 조 회장은 10.67%의 옹호세력만으로 표 대결에 나서야 한다.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지배력을 상실하게 된다. 미등기임원으로 회장 직함을 유지할 수 있지만 회사 운영 방향이나 전략, 투자 등과 관련한 의사결정이나 이사회 참석 권한이 없는 ‘명예직’에 그치게 된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에 이어 이 고문과의 불화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힘겨루기를 계속할 명분이 약화됐다”며 “조 전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겠다고 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의 복귀를 놓고 어느정도 합의를 마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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