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지난해 도입 요구···한진칼 거부로 무산도입될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 ‘안갯속’3월 주총 앞두고 소액주주 표심잡기 경쟁
한진그룹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매의 난’ 이후 조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갈등까지 불거지며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예고됐다. 여기에 한진그룹 지분을 가지고 있는 큰손들까지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고 있어 3월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는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한진과 한진칼 측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
KCGI 측은 ‘2019년 제6기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전자투표 도입 및 실시 요청’ 서신을 통해 “전자투표는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회사의 주총 관련 업무처리 시간을 단축하고 의결 정족수 확보를 위한 비용을 절감하도록 한 제도”라며 “상법에 따라 2018년 현재 전체 상장사 1984개 중 60.6%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투표제란 주주가 해외에 있거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못할 때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액주주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시행됐다.
KCGI는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독려하고 주주총회 관련 업무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해 실시하도록 이사회 결의할 것을 요청한다”며 “한진칼 및 한진 측이 이를 적극 수용해 주주와 회사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전자투표제의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많은 대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어 “한진칼이 전자투표제 도입을 하지 않아 주주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상법상 근거가 없는 억지에 불과하며 이사회의 권한을 침해하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업계에서는 KCGI가 지난해 무산된 전자투표제 도입을 올해도 요구할 가능성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년간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인 KCGI는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갈등이 불거졌던 지난해 12월23일 한진칼 보유 지분을 기존 15.98%에서 17.29%까지 끌어올리며 단일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재 조원태 회장(6.52%), 조현아 전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등 총수 일가의 지분차가 크지 않고, 이들의 갈등이 매듭지어지지 상황에서 KCGI가 전자투표제 시행을 재차 요구한다면 한진그룹이 이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3월 주총에서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은 더욱 안갯속에 빠질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 반도건설(6.28%)과 델타항공(10.0%)을 제외하더라도 기타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30%를 넘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3월 주총에서 조 회장과 KCGI 간 표 대결이 예고되면서,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치열한 물밑작업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소액주주 비중이 높은 한진칼의 지분 구조상 전자투표로 가게 된다면 진정한 캐스팅보드는 ‘소액주주’들이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조 회장은 총수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28.94%와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등의 지분을 끌어들여 경영권 방어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공개적인 선전포고와 반대편에 있는 KCGI,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8~9%까지 늘린 것으로 보이는 반도건설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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