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지분 0.08%p↑2년 만에 추가 매집···경영 승계 포석 자금담당 임원으로 부친 박찬구 지지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주형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지난 8~14일 3차례에 걸쳐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1만7350주를 장내 매수했다. 취득 자금은 약 13억원이며 보유 목적은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권 확보다. 이로써 박 상무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종전 0.82%(25만323주)에서 0.88%(26만7673주)로 0.08%포인트 늘어났다. 박 상무의 지분 변화는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박 상무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딸로 1남 1녀 중 둘째다. 금호가(家) 여성의 그룹 경영 참여는 69년 그룹 역사상 박 상무가 최초다.
금호그룹은 1946년 고(故) 박인천 명예회장 창업 이래 ‘남성상속’의 원칙을 지켜왔다. 딸에게는 계열사 지분 소유도 금기시하며 아들만 경영에 참여하도록 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맺은 형제공동경영합의서에도 이를 적시하고 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은 “능력이 있으면 딸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간 관례를 과감히 깼다. 박 상무는 부친의 뜻에 따라 2012년 12월 처음으로 계열사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획득해 금호가 여성 최초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박 상무는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며 경영 포복을 넓혀왔다. 지난 2017년 박 회장은 박 상무의 경영 능력에 대해 “두고 보겠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상무가 금호가 ‘금녀(禁女)의 벽’을 뚫고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7월부터다. 임원인사에서 구매자금담당 상무로 신규 선임되면서 금호석유화학에 첫 발을 내딛었다. 입사 당시 지분율은 0.54%(18만2187주) 수준에 그쳤다.
이듬해 1월부터는 주요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 자금담당 임원도 맡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 상무의 행보가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그룹 내 영향력은 대폭 확대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금호석유화학에서는 사촌지간인 오너가 3세 3명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박 상무를 비롯해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상무와 고(故)박정구 회장의 장남 박철완 상무다. 지분율로 따져보면 박철완 상무가 10.00%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박준경 상무(7.17%), 박주형 상무(0.88%) 순이다.
현재로선 후계 구도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박 상무의 지분 확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 자금부문을 관할하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밟아오고 있다. 지분 보유 목적을 “회사 전반에 대한 경영권 확보 및 행사”로 밝힌 점도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한편 금호가 여성 중에서 두 번째로 그룹 경영 참여에 나선 인물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딸 박세진 상무다. 2018년 7월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임원으로 신규 선임돼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 들었다. 입사 전까지 경영 경험이 없던 가정주부로 알려지면서 ‘낙하산’ 논란도 제기됐다.
고 박인천 회장의 둘째 딸이자 박 상무의 둘째 고모인 박강자 관장은 금호미술관을 운영 중이나 회사 경영과는 거리가 있다. 셋째 고모인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은 금호그룹 계열이 아닌 대상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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