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삼성SDI···‘사외이사 찾습니다’

‘임기제한’ 6년···사외이사 4명 전부 교체해야

개별 기업 중 셀트리온 다음 가장 많은 변화

“계속 구하고 있다”···3월 주총 전 관심 집중

삼성SDI 사외이사인 (왼쪽부터)김성재 한국외국어대 교수, 홍석주 전 조흥은행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재희 연세대 교수.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다음 달 시행되면서 삼성SDI의 대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개정안에 따라 삼성SDI는 사외이사 4명을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사외이사 5명을 바꿔야 하는 셀트리온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른바 ‘공정경제 3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이런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개정안 중 가장 기업과 직결되는 변화는 앞으로 특정 인물이 한 회사에서 6년을 초과해 사이외사로 일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계열사 포함해 9년 이상 재직한 사외이사도 같은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등 기업들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정 요구다.

당초 1년 유예 예정이던 관련 방안을 법무부가 강행하면서 재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은 사외이사 구인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삼성SDI는 과반 이상을 바꿔야 하는 갈 길 바쁜 상태다.

현재 삼성SDI 사외이사는 김성재 한국외국어대 교수, 홍석주 전 조흥은행장, 김난도 서울대 교수, 김재희 연세대 교수다. 이들 사외이사 임기는 전부 오는 3월 24일까지다.

김성재 교수는 2011년 3월 18일 선임돼 2회 연임했다. 다른 사외이사도 전부 2014년 7월 2일 이름을 올려 모두 1번씩 연임했다. 이들 모두 감사위원, 내부거래위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도 맡고 있다. 보상위원회 포함 삼성SDI 내부 5개 소위원회 중 4개 곳에 참여하는 셈이다.

예정된 사외이사 임기가 오는 3월 끝난다는 점에서 삼성SDI는 일찌감치 준비한 분위기다. 다만 연임이 가능한 상황에서 융통성 있게 선택지를 들고 사외이사를 구하는 것과 아예 연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강제로 전원 교체해야 하는 것엔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전원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군을 접촉하는 것과 마땅한 새 인물이 없으면 연임을 추진할 수도 있는 상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사외이사 4명 전부를 교체해야 하는 삼성SDI는 여러 셈법 속에서 검증에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적 감시망이 촘촘해진 것도 부담이다.

앞서 국무회의에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기업을 상대로 배당, 지배구조 개선,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따른 해임청구권 행사 등을 요구하는 행위가 경영권 영향 목적이 없는 ‘일반투자’ 활동으로 분류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반투자 목적으로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거나 5% 이상 주주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보유 현황 등만 월별로 약식 보고만 하면 된다. 그간 이런 활동은 경영권 영향 목적으로 분류돼 지분 변동이 있으면 5일 이내에 상세히 공시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의무가 완화된 이른바 ‘5%’ 룰이 도입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사외이사를 제안하면 높은 보수 덕분에 오히려 환영하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그래왔다”면서도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등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여러 조건을 맞춰야 해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삼성SDI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충분히 대비해 사외이사를 계속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