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인터넷은행법 개정 불발정치권 “특정 기업에 특혜 안돼”케이뱅크 증자 계획도 원점으로 KT 계열사 ‘우회증자’ 시도할 듯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82명의 반대(기권 27명)로 법안을 부결시켰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대주주 자격 완화를 골자로 한다. 현행법에선 인터넷은행 한도초과보유주주(지분율 10~35%)가 되려면 5년 내 금융관련법·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그 중 금융관련법 요건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자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현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법의 제정 취지를 실현하는 데 제약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터넷은행의 주축인 ICT 기업은 산업 특성상 독과점적 시장이 형성된 경우가 적지 않고 영위하는 사업도 다양해 법 위반 소지가 많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케이뱅크와 KT를 위한 조치였다. KT의 담합 혐의로 케이뱅크가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당국은 KT가 검찰에 고발되자 케이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한 바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KT 특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 본회의에서도 박용진 민주당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 채이배 민주통합의원모임 의원 등은 표결에 앞선 찬반표결에서 해당 법안이 불법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결국 부결을 이끌어냈다.
케이뱅크 측은 무척 난감해하는 눈치다. 당초 개정안 통과 시 KT 중심의 자본확충을 시도하려 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돼서다. 부결된 법안은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은행의 여건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267억원을 급히 수혈했지만 자본금이 5051억원에 불과해 경영을 정상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등 주력 상품 판매를 멈췄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 역시 11.85%(지난해 9월말 기준)로 국내 19개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순손실도 635억5400만원에 달한다.
만일 올해도 증자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는 BIS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져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새로운 대응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T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우회증자나 신규 투자자 영입이 유력한 대안으로 지목된다.
이미 지난해에는 KT가 계열사를 앞세워 증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를 계열사인 BC카드나 KT에스테이트, KT DS 등이 넘겨받고 향후 증자를 주도하는 시나리오다. 카카오뱅크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분을 정리했다. 최대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가 한도초과보유 심사 통과를 통과하자 은행 지분 29%를 한국투자밸류운용에 넘겼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법 개정이 불발에 그쳐 안타깝다”면서 “새로운 대응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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