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중간 배당···아모레G·서민정 씨에 유입지난해에만 총 아모레G 902억·서씨 196억 배당금 챙겨자회사 ‘오설록’에 투자···승계 재원 마련 속도
7일 이니스프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02억원의 중간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배당금은 41만원에 해당한다. 당해 총 결산 배당 78억원까지 합하면 총 배당금은 1080억원에 이른다. 이니스프리 곳간에서 사용한 실탄은 지분 81.8%(20만주)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그룹과 18.2%(4만4450주)를 보유한 서 과장에게로 유입됐다.
지분율대로라면 이번 중간배당에 따라 그룹은 820억원을, 서 과장은 182억원을 수령했다. 결산 배당까지 고려하면 그룹과 서 과장은 2019 회계연도에만 각각 902억원, 19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이니스프리가 유례 없는 고배당을 실시한 데는 서민정 과장의 승계 재원 확보와 그룹의 자금 확보 차원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너 3세’ 경영 승계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민정 씨는 2017년 중국 유학길에 오른 이후 지난해 10월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으로 복귀했다. 서씨의 복귀와 함께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상황전환우선주 발행에 나서며 아모레퍼시픽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미 아모레퍼시픽의 차후 경영권이 서씨에게 무게가 실려온 건 업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은 2012년 이래 서씨가 지분 18% 내외를 보유하면서 ‘서민정 회사’라는 타이틀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중간 고배당이 향후 상속세·증여세 납부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성장세가 더딘 이니스프리에서 그룹 자금를 확보했다는 점에선 우려를 표했다. 이니스프리 매출은 2016년 정점을 찍은 이후 국내외 시장에서 로드샵 브랜드 업황 악화에 매년 10% 내외 역성장을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매출 5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8%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작년 489억원까지 축소됐다. 이니스프리의 미처분이익잉여금도 이번 배당으로 줄어들었다. 한때 이니스프리 이익잉여금 여유 있는 상황이었다. 로드숍 업황 호황기에 누적된 당기순이익으로 2018년에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339억원까지 쌓였다.
그러나 이번 중간 배당이 감해져 연말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이 2719억원으로 여유 자금이 처음으로 줄었다. 결산 배당률도 매년 축소됐다. 2016년 기준 250억원에 이르던 결산 배당은 지난해 78억원까지 쪼그라든 것. 또한 최근까지 중국 사업 구조조정과 국내 매장 효율화 방침으로 이니스프리 사업의 축소되고 있어 반전 매출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계속되는 역성장에 이익잉여금을 쌓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이번 자금 확보다 기존 이니스프리 사업 축소와 함께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3년 연속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면서 신성장동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2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 감소했다. 이는 2016년 대비 반토막 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조58014억원으로 5.7%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2104억원으로 37.2% 급감했다.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을 만회할 타깃 중 하나가 ‘오설록’ 사업이다. 오설록은 그간 아모레퍼시픽의 사업부로 운영돼 왔지만 작년 8월부터 오설록 사업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를 위해 독립 운영 중이다. 그룹은 이번에 마련한 배당금으로 오설록의 차(茶) 사업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향후 아모레퍼시픽은 오설록을 주력 사업인 화장품을 잇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중간 배당을 미처분이익잉여금의 누적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이니스프리 배당을 통해 그룹사 성장을 위한 여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배당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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