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매수’에도 100조 장전중인 개미들투자자 예탁금 44조·CMA 잔고 47조 이상 증권가“초저금리·부동산 규제로 자금 유입”
하지만 개미들의 실탄은 이게 끝이 아니다. 역대급 매수 행보에 자금이 바닥날 법도 하지만 동학개미들에게는 아직 100조원이 넘는 실탄이 남았다. 일각에서는 “동학개미를 더 이상 개미라 부르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4조3872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 자금 성격을 지닌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27조원 수준에서 올해 1월 말 28조7000억원, 2월 말 31조2000억원으로 점점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초에는 무려 47조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달 말 기준 47조7198억원까지 불어났다.
2003년 국내에 도입된 CMA는 은행 보통예금처럼 수시입출금 기능과 이체·결제 기능을 갖추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증권종합계좌로, 증권사들이 판매한다.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받아 기업어음(CP)이나 국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식 대기 자금 성격이 강하다.
그간 CMA 잔고가 늘어나면 증권업계에선 강세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기도 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CMA 잔고가 급격히 불어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외에도 증시 주변자금인 파생상품거래예수금 12조6639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76조6588억원, 위탁매매미수금 2335억원, 신용융자잔고 9조1382억원, 신용대주잔고 37억원, 예탁증권담보융자 15조5350억원 등까지 있다.
즉 개인은 언제든 주식을 살 수 있는 금액(투자자예탁금+CMA 잔액)으로 92조107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증시주변자금으로 151조2294억원까지 쌓아두고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현재 주식을 하고 있는 계좌를 뜻하는 ‘주식거래 활동 계좌수’도 지난달 말 기준 3127만개로 집계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2935만개에서 192만개가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은행 저금리 장기화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이번 하락장을 투자 기회로 보고 증시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의 투자금 중 상당수는 부동산 자금에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막대한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발표된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5% 올랐고 그 결과 가구의 보유세 증가폭은 상한선인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있는데 보유세는 늘어나고 있어 부동산을 정리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번 21대 총선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의 공약을 내세운 미래통합당의 참패와 여당의 압승으로 정책 변화의 기대감마저 사라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시중 유동성 증가는 물가 상승과 상관관계가 높았으나, 최근 IT 기술 발전에 따른 저물가 장기화로 그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면 소비 감소로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반해 이미 한차례 조정 받은 주식의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신규 계좌 개설 및 고객예탁금 증가 등 시중 부동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단기적으로 투자 성과가 실망스럽더라도 신규 유입된 유동성과 자본의 힘은 앞으로 있을 하락 충격을 완충시켜 줄 수 있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들에 비해 자금 동원력, 투자 지식, 매매 응집성과 일관성 등에서 열세에 있기 때문에 증시 영향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며 “하지만 올해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보이는 패턴은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신규 투자자 유입 규모도 기록적이며 뉴미디어를 통한 투자 학습 열기도 상당하다”면서 “해외 우량주 투자에도 적극적이며, ETF를 통한 종목 분산이나 거래세 절약, 롱숏 양방향 투자 능력도 웬만한 기관 투자자에 뒤쳐지지 않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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