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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배 제주항공 신임 대표의 무거운 어깨

[He is]김이배 제주항공 신임 대표의 무거운 어깨

등록 2020.05.13 11:13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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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출신 김이배 부사장 깜짝 발탁코로나19 혼란 속 수장 교체, 위험부담 상당전략·기획 전문가···재무구조 개선 과제 부여장거리 노선 취항 등 미래 먹거리도 발굴할 듯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김이배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출신인 김이배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이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김이배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김 신임 대표는 제주항공의 위기 극복과 미래도약 토대 구축이라는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1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위기경영체제를 가동하기 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017년 11월부터 약 3년간 제주항공을 이끌어 온 이석주 대표이사 사장은 지주사 AK홀딩스 대표로 영전했다. 이 사장 후임으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김 대표가 발탁됐다.

1965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시라큐스대에서 MBA를 마쳤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뒤 기획관리실을 거쳐 미주지역본부 관리팀장, 전략경영팀장, 전략기획담당 임원, 미주지역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김 대표의 전문 분야는 전략·기획·재무·회계다. 그는 재무제표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고 수요·공급 등을 분석했다. 연간 지출 계획과 신사업 발굴 및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수장을 바꾸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서 불명예 퇴진한 인물을 대표로 세운 점은 뜻밖이라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한정’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무담당 임원과 함께 자진 사퇴했다.

제주항공이 처한 전후 상항에 초점을 맞춰보면 김 대표 영입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항공업황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40% 넘게 위축됐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손실로 돌아섰다. 그 규모만 무려 1014억원이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제주항공의 현금및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152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대부분을 깎아먹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항공권 환불 시 현금 대신 포인트로 돌려받을 경우 10%를 더 적립해 주는 식으로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경그룹은 일찌감치 제주항공의 현금흐름 악화를 우려해 왔다. 지난 3월 열린 제주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성훈 AK홀딩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점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도우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베트남 등 해외 2개국에서 진행 중인 결합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는 코로나19로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효율적인 비용 투입 방안을 치밀하게 세워야 하는데, 마케팅 전문가인 이 전 대표보단 재무 전문가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에어서울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등 폭넓은 시각과 경험도 제주항공 대표로 선임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김 대표를 앞세워 장거리 노선 취항 등 신규 매출 발굴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 뛰어들며 장거리 진출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근무 당시 미주지역에서만 약 6년간 근무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뉴욕 노선 취항도 김 대표가 일궈낸 성과다.

국내 LCC는 총 9개사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타 LCC에 비해 다양한 노선 운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FSC 고유의 프리미엄 서비스 노하우를 배우거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 항공사간 동맹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레벌업을 준비하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더 큰 시장에서 경험이 있는 FSC 출신을 선호했을 것”이라면서 “재무에 정통한 수장을 세워 재무건정성을 챙기면서 외형성장을 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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