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출신 김이배 부사장 깜짝 발탁코로나19 혼란 속 수장 교체, 위험부담 상당전략·기획 전문가···재무구조 개선 과제 부여장거리 노선 취항 등 미래 먹거리도 발굴할 듯
1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포스트 코로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위기경영체제를 가동하기 위해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2017년 11월부터 약 3년간 제주항공을 이끌어 온 이석주 대표이사 사장은 지주사 AK홀딩스 대표로 영전했다. 이 사장 후임으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김 대표가 발탁됐다.
1965년생인 김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시라큐스대에서 MBA를 마쳤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뒤 기획관리실을 거쳐 미주지역본부 관리팀장, 전략경영팀장, 전략기획담당 임원, 미주지역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김 대표의 전문 분야는 전략·기획·재무·회계다. 그는 재무제표를 토대로 예산을 편성하고 수요·공급 등을 분석했다. 연간 지출 계획과 신사업 발굴 및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반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수장을 바꾸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에서 불명예 퇴진한 인물을 대표로 세운 점은 뜻밖이라는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한정’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재무담당 임원과 함께 자진 사퇴했다.
제주항공이 처한 전후 상항에 초점을 맞춰보면 김 대표 영입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항공업황 악화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40% 넘게 위축됐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손실로 돌아섰다. 그 규모만 무려 1014억원이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제주항공의 현금및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152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대부분을 깎아먹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항공권 환불 시 현금 대신 포인트로 돌려받을 경우 10%를 더 적립해 주는 식으로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경그룹은 일찌감치 제주항공의 현금흐름 악화를 우려해 왔다. 지난 3월 열린 제주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성훈 AK홀딩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점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도우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베트남 등 해외 2개국에서 진행 중인 결합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는 코로나19로 급격히 악화된 상태다. 효율적인 비용 투입 방안을 치밀하게 세워야 하는데, 마케팅 전문가인 이 전 대표보단 재무 전문가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뿐 아니라 에어서울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등 폭넓은 시각과 경험도 제주항공 대표로 선임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김 대표를 앞세워 장거리 노선 취항 등 신규 매출 발굴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 뛰어들며 장거리 진출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아시아나항공 근무 당시 미주지역에서만 약 6년간 근무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뉴욕 노선 취항도 김 대표가 일궈낸 성과다.
국내 LCC는 총 9개사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타 LCC에 비해 다양한 노선 운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이와 함께 FSC 고유의 프리미엄 서비스 노하우를 배우거나 글로벌 인맥을 활용한 항공사간 동맹 강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레벌업을 준비하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더 큰 시장에서 경험이 있는 FSC 출신을 선호했을 것”이라면서 “재무에 정통한 수장을 세워 재무건정성을 챙기면서 외형성장을 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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