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성적표는 ‘삼성전자勝’···주가는 지지부진한 달간 애플 19% 오를 때, 삼성전자 1.5%↑외국인 비중 55%···전문가 “외국인 귀환 필수”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60%(300원) 하락한 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4만9250원)과 비교하면 고작 1.5%(750원) 오르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점인 4만2500원(3월 23일)보다는 17.6% 상승했다.
애플의 경우 전날 종가 기준 319.2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한 달 전인 지난달 21일(268.37달러)보다 18.9% 상승했다. 공교롭게도 애플의 주가가 저점을 찍은 날도 지난 3월 23일(224.37달러)로 이날과 비교하면 무려 42.3%나 올랐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2월 18일(5만9800원)과 비교해도 주가가 여전히 16.4% 낮다. 같은 기간 애플은 주가가 바닥을 통과해 당시 종가(319달러)와 정확히 일치하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국내 증시와 비교하면 개미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진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월 6일 이후 두 달 반 만에 장중 2000선을 돌파했다.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전자는 4만8000원~5만원의 좁은 범위에서 등락하는 갑갑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9일(1457.64) 이후 전날까지 36.5%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16.4%)은 코스피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 기간 SK하이닉스(21.9%), 삼성바이오로직스(63.9%), NAVER(54.1%), 셀트리온(56.1%), LG화학(57.6%), 삼성SDI(80.9%), LG생활건강(29.1%), 카카오(72.8%) 등의 평균 상승률은 54.6%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힘을 받기 위해선 외국인의 확실한 국내 증시 귀환이 이뤄져야한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삼성전자를 향한 개미들의 러브콜이 줄기차게 이어졌지만,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외국인 비중이 약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우 주가 흐름은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정작 두 기업의 향후 실적 전망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1분기 애플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55조33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6%, 3.4%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이익 6조원을 밑돌 수 있다는 당초 전망을 이겨낸 ‘깜짝 실적’이었다.
애플은 1분기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미국 회계연도 기준 2분기) 애플의 영업이익은 128억5300만달러(약 15조667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다. 서비스 부문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애플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아이폰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별개로 2분기 실적에 대한 고민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3.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업은 가격 상승으로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디스플레이는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고, 세트사업부도 셀아웃 부진과 재고 해소를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손익이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아이폰 생산 차질, 애플스토어 폐쇄 등 여러 악재가 겹쳤던 애플도 한국과 중국에 이어 북미 및 유럽 지역 내 애플스토어가 재개장 방침을 밝히면서 본격적으로 영업 재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워낙 커 올해 2분기 매출 전망치를 제시하기 힘들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전날까지 2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이며, 외국인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외국인의 추세 전환에는 변수가 많은 만큼 최근 흐름이 본격적인 외국인 귀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외국인은 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매도에 나섰고, 지난달 말 반짝 매수세로 전환했으나 한 주 만에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전례가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세적 외국인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미·중 마찰, 세계 경기 회복, 신흥국 환율 안정화 등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기 위해서는 달러화의 약세 전환, 상장사들의 이익추정치 반등, 코로나19의 안정화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전체적으로 매수세가 우세해 외국인의 매도세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외국인 매수세에는 여전히 민감해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한다면 지수 상승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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