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 25일부터 비상경영···대규모 투자 재검토이마트 실적 악화로 쓱닷컴 적자 버틸 체력 부족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쓱닷컴은 지난 25일부터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대규모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존에 수립했던 전산 투자 등을 연기하기로 했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신규 채용을 잠정 중단하고 부서간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화에 나선다. 광고판촉비와 물류비 등도 줄이기로 했으며, 법인카드 예산도 축소한다.
쓱닷컴 관계자는 비상경영에 돌입한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것을 미리 대비해 선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쓱닷컴이 갑작스럽게 긴축경영에 나서며 투자를 줄이는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2018년 말 쓱닷컴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사업 확대에 나선지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커머스 사업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상품 경쟁력뿐만 아니라 물류센터, 배송 인력 등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마켓컬리는 최근 시리즈 E 투자 유치에 성공해 총 4200억원의 투자를 받아냈고, 쿠팡도 소프트뱅크로부터 3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물류센터 확대와 인력 채용 등을 지속 중이다.
또 사업이 커질수록 비용 집행이 늘어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적자를 감수할 수 있는 재무 건전성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SSG닷컴은 모기업 이마트의 재무 건전성과 현금 창출력이 크게 악화하면서 투자를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본업인 할인점 사업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지난해 13조1548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지난해 48.7% 급감한 251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와 4분기에는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연결 기준)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올 1분기 역시 매출액은 3조786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20.0%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963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마트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말 2005억원에서 지난 1분기 말 75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이마트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월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고, 나이스신용평가도 같은달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AA’로 하향 조정했다.
쓱닷컴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경쟁사에 견줄 만한 규모는 아니라는 점 역시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쓱닷컴의 거래액(GMV)은 지난해 상반기 전년 대비 14% 증가했는데 3분기에는 21%, 4분기에는 28%로 신장률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GMV가 전년 동기 대비 40.5%나 성장했다.
이처럼 성장률은 높으나 거래액 규모 자체는 여전히 작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기업 거래액은 네이버쇼핑이 20조90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2위 쿠팡은 17조1000억원, 3위 이베이코리아가 17조원을 기록했다. 4위와 5위에 오른 11번가와 위메프 역시 거래액이 각각 9조8000억원, 6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쓱닷컴의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3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의 실적 악화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쓱닷컴에 계속 투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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