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인수대금 파격할인 수용 여부 예단 불가이동걸 산은 회장, 내달 10일 임기 만료···결판 내야딜 최종 무산시 HDC현산 책임 커, 계약금 반환 불리인수 강행 리스크도 상당···채권단 지원자금 결국 빚정몽규 회장 역공 땐 양측간 ‘명분싸움’ 기정 사실화
정 회장은 지난 26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가진 최종담판에서 ‘인수대금 1조원 할인’을 제안받았다. 이날 회동은 산은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산은은 최대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협상안을 내놨다. 기존에 약속한 영구채 8000억원을 고려할 때, 신규 자금 70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입하는 셈이다. 채권단은 HDC현산에도 1조5000억원을 요구하며 총 3조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HDC현산이 써낸 인수대금은 구주 인수와 신주 발행을 포함한 총 2조5000억원이었다. 채권단은 이보다 1조원 가량 낮은 금액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도록 당근책을 제시했다. 대출 상환기간 연장이나 금리 인하 등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은 새로운 인수 조건에 대해 내부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산은은 회동 직후 “HDC현산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 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늦어도 다음달 10일까지는 협상안 수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회장의 임기는 9월10일자로 만료된다.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지 않고 해결해야 할 현안이 쌓여있다는 점에서 그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전적으로 주도해온 만큼, 우선은 이번 임기 내 결판을 내려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HDC현산이 지난 4월 말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딜이 4개월 가량 넘게 지연된 점은 정 회장의 빠른 결단을 촉구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번 회동에서 HDC현산이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재실사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채권단의 파격 제안을 수용할지, 아니면 거절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주변 상황에 떠밀려 결국 인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반면, 극적인 반전은 힘들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만약 최종적으로 딜이 무산될 경우, 그 책임은 HDC현산이 지게 된다. 이미 납입한 계약금 2500억원을 반환받기 위해 진행할 소송전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의미다.
HDC현산이 그동안 딜 지연의 원인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미뤄온 것도 사실상 소송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인수 의지 약화에도 불구 책임회피를 위해 딜 협상을 미뤄왔다는 여론 악화와 기업 이미지 하락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국 HDC현산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엔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 불황이 가중되는 상황이고, 떠안아야 할 자금 부담 역시 이전보다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에 대해 과징금 82억원을 부과한 것도 악재다.
채권단 측 협상안이 정 회장의 자금부담을 낮춰준 것처럼 보이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오히려 HDC현산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얼렁뚱땅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동반부실이 불가피하다며 재실사 입장을 고수하거나, 인수대금을 더욱 깎는 식이다. 혹은 채권단이 이자 등 조건 없이 신규 자금을 대주는 방안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채권단에 대기업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는 조건을 내걸며 딜 무산을 선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이 또다시 공을 채권단과 금호산업으로 넘긴다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은 기정 사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딜이 깨지더라도 약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라는 보험이 있다. 이미 딜은 불발됐고, 채권단과 HDC현산의 명분 싸움일 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의 이번 제안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며 “양측이 핑퐁게임을 이어가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됐기 때문에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인수와 관련된 결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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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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