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조건 모든 가능성 열고 논의”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만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사안을 의제로 한시간가량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려고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산업은행은 입장문을 내고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며 “아시아나항공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HDC현산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 이에 대한 HDC현산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양 측이 회동 결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두 수장이 대화를 통해 일말의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의심하는 상황이라 이 회장이 인수 부담을 덜어줄 파격적인 제안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HDC현산에 1조5000억원씩 공동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의 공동투자 제안은 HDC현산에 당초 계약금액보다 1조원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다.
산은은 HDC현산이 당초 합의했던 유상증자 규모와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대금을 크게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HDC현산이 유상증자에 투입할 자금을 약 7000억원 줄이는 대신 채권단이 그만큼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정상화되면 채권단의 채권 혹은 지분을 HDC현산이 인수할 수 있도록 장치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두고 있던 영구채 8000억원어치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도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산업은행은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돌려받을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경영이 정상화하기까지 자금이 필요한 만큼 계획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HDC현산이 1조5000억원가량의 금액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HDC현산에는 이마저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양측의 팽팽한 입장 대립 속에 진행된 이 회장과 정 회장의 회동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을 경우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산은의 마지막 제안을 현산이 받아들여 극적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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