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규모 퀄컴 ‘스냅드래곤875’ 물량 전량 수주이재용 부회장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속도대형 고객 수주에 TSMC와 점유율 격차 좁힐지 주목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1조원 규모의 퀄컴의 5G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칩인 ‘스냅드래곤875(가칭)’ 전량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퀄컴 5G 모뎀칩 ‘X60’와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칩인 ‘스냅드래곤4’ 생산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나 이는 일부 물량으로 퀄컴의 차세대 주력 제품을 전량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냅드래곤875는 내년 출시될 삼성전자 ‘갤럭시S21’과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화성 파운드리 라인에서 스냅드래곤875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사업은 현재 삼성전자 비메모리 매출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삼성전자가 가장 집중해서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그 동안 메모리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파운드리 및 CIS 등 비메모리 투자에 집중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발표한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R&D 73조원, 생산시설에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해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대형 고객사를 늘리며 ‘비전 2030’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IBM의 최신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의 위탁생산을 맡은 것이 알려졌다. IBM은 ‘파워10’을 정식 공개하며 내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미터 공정에서 양산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그동안 대만 TSMC가 맡았던 엔비디아 물량을 가져오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차세대 GPU ‘지포스 RTX30’ 시리즈를 공개하며 이를 삼성전자 8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고 알렸다. 20년 파트너인 TSMC가 아닌 삼성전자에 신제품 물량을 맡긴 것이다.
연이은 수주 소식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파운드리 1위 TSMC를 추격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 물량의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스마트폰 중심에서 HPC(고성능컴퓨팅) 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엔비디아, 퀄컴 물량 양산을 계기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실적이 급증할 것”이라며 “비메모리 투자도 이르면 9월 평택 3공장 착공을 시작으로 중장기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현재 2022년 이후 엔비디아와 퀄컴 이외에도 AMD와 인텔 수주 가능성도 커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017~2019년 11조원 수준에서 올해 3분기 엔비디아, 4분기 퀄컴 양산을 계기로 2020년 15조원, 2021년 20조원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정부가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SMIC는 세계 5위 파운드리 업체로 14나노미터(nm) 이하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중국 내 유일한 반도체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MIC 제재로 파운드리 시장 공급자가 축소될 경우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 여전히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 간 격차는 큰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3.9%, 삼성전자가 18.8%를 기록할 전망이다. 2분기 TSMC 51.5%, 삼성전자 18.8% 대비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선단공정에서 현재 삼성전자와 TSMC의 기술력 차이는 거의 좁혀졌다고 판단되나 레거시(Legacy) 공정에서 아직 TSMC의 대량 수주가 이뤄져 둘 사이의 점유율 차이가 좁혀지진 않았다”며 “이는 7나노미터 이하 선단공정이 채택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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