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리포트 상반기 매출 순위 기사에 롯데 ‘화들짝’“매출 기준 달라···토산품까지 합친 정식 매출은 2위”중국 CDFG 작년 4위→1위 급상승···영향력 커져
무디리포트에 나온 매출액 수치의 기준이 업체마다 다른 만큼 업계에서는 롯데의 ‘3위 추락설’을 해프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중국 CDFG가 경쟁사에 비해 ‘선방’했다는 점을 의미있게 바라봤다.
23일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CDFG는 올 상반기 28억55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거두며 세계 1위 면세점에 올랐다. CDFG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60억6500만 달러로 스위스의 듀프리, 롯데, 신라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반면 지난해까지 세계 1위였던 스위스의 듀프리는 올 상반기 17억33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해 2위로 하락했고, 롯데는 12억50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해 3위로 주저앉았다. 듀프리와 롯데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81억3800만 달러, 76억6500만 달러였다.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면세점 측은 무디리포트에 언급된 상반기 매출액 수치의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무디리포트가 적은 매출액은 롯데면세점이 호텔롯데의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한 수치인데, 이 매출액에는 특정매입이 제외돼 있다. 수입품의 경우 면세점이 직매입해 판매하므로 판매 금액이 매출액으로 잡히지만, 토산품은 백화점처럼 특정매입거래 방식으로 면세점에 매입돼 판매된다.
즉 무디리포트에 거론된 롯데면세점의 상반기 매출액에는 토산품 매출액이 제외돼 있는 반면 듀프리와 CDFG의 매출액은 토산품 매출액까지 포함된 수치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산품 매출을 포함할 경우 롯데의 상반기 매출액은 듀프리보다 커 세계 2위를 유지했다는 것이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의 매출액이 세계 3위에 그쳤다는 기사는 해프닝에 그쳤으나 중국 CDFG의 성장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CDFG의 선전은 중국 정부 차원의 면세점 육성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월 소비 계획 중 하나로 공항과 시내 면세점 수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CDFG가 면세점을 운영하는 하이난 지역 개발을 위해 면세 정책을 크게 완화 중이다. 지난 6월에는 하이난 지역의 면세 한도를 1인당 연간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3배 이상 상향했고 면세품목도 대폭 확대했다. 실제로 CDFG는 코로나19 타격을 입고도 현재 지난해의 80% 수준까지 매출이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디리포트가 갑작스럽게 상반기 순위를 발표한 것 역시 중국 면세점을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무디리포트는 여행소매업 분야에서 권위가 높은 매체로, 매년 7월 상위 25개 면세점 순위를 발표한다. 이번처럼 상반기 매출을 기준으로 한 기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면세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만큼 국내 면세업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내 면세시장은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하이난 지역처럼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면세점이 성장할수록 다이궁 시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바잉 파워가 크다는 점 등도 우리 면세업계에게는 우려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면세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으나 중국 시장은 회복세가 빠르다”며 “당장은 우리 면세점의 브랜드 경쟁력, 상품 다양성이 더 좋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면세점 성장에 위기감이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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