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버리는 부모는 없지만 자식은 키우고 먹여준 부모를 박대한다. 부모의 분신인 자식을 내 몸처럼 아끼고 보살핀 은혜를 치매로 몰아가고 형제간의 분란으로 보답하고 있다.
이러한 속담은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의 현주소다. 돌아가는 꼴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조양래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체(23.59%)를 차남 조현범 사장에게 넘겨줬다. 조 회장의 지분 승계는 자식 가운데 가장 탁월한 경영 능력 검증을 통한 판단에서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이러한 결정이 조 씨 형제, 남매간 분란의 단초가 됐다.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며 장녀와 차남 사이 ‘남매의 난’의 불씨가 됐고 3개월 뒤에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됐다.
올 10월 조현식 부회장과 차녀 조희원 씨까지 모두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은 조현범 사장과 나머지 자녀 3명이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유산을 둘러싸고 형제끼리 등을 돌리는 전형적인으로 사례다. 이미 롯데그룹이나 한진그룹 오너가의 전철을 밟고 있어 전혀 새로운 것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 연일 과거 행적을 들춰 비난과 함께 형제간 경영권까지 더해져 여론의 뭇매를 맞는 주인공은 조현범 사장뿐이다. 이를 바라보는 조양래 회장의 마음은 어떨지.
조 회장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조현식 부회장, 조희경 이사장, 조희원 씨가 법원에 제출한 성년후견 심판은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 브랜드 이미지 훼손됐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정작 불씨를 당긴 장본인들은 회사를 외면하고 수면 아래에 있는 듯하다.
조현식 부회장은 누나 조희원 씨를 미국 법인에 고위직으로 임명하고 임금을 횡령했지만 징역 1년,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조희경 이사장은 본업인 교수직으로 인해 미국행을 택했다.
조 사장과 관련된 과오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까지 내려놓았고 향후 재판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르면 된다. 또 한국타이어 경영권에 관한 조 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 심판과 진행되는 과정은 법원의 몫이다.
조현식 부회장, 조희경 이사장, 조희원 씨 모두 연합하여 조현범 사장 최대 주주에 반기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서로 추구하는 은밀한 셈범이 달라 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오너가(家) 불가피한 현재 상황과 별개로 한국타이어 기업의 생존은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올해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무역 장벽 등과 더불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여파로 초유의 위기 상황에 놓였다.
한국타이어도 타격은 불가피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7.2% 하락했다. 영업이익도 28.5% 빠졌다. 코로나19 팬더믹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30% 가까이 줄면서 타이어 수요도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조씨 일가가 7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5.21%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17.57% 소액주주들 또한 회사의 한 축이다.
또 수만 명의 한국타이어 임직원들과 계열사 그리고 협력업체 인원까지 고려한다면 더 이상 한국타이어 가치가 추락해서는 안 된다.
오너리스크를 극복하고 업황 부진에도 돌파구를 찾는 데 전사적인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조 씨 가족 간의 문제 해결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는 한국타이어 기업 가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증권가에선 최대 주주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한 심리 회사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주요 주주 사이의 지분 불확실성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필요가 있으며 지분 구도가 불확실한 상황의 장기화는 투자기회 소멸과 부진한 주주환원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기업 가운데 글로벌 타이어 메이커 7위에 포진되어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또 고성능 타이어를 통해 글로벌 톱 자동차 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이다.
한국타이어에 희망은 미래 자동차 시장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차(EV) 타이어 등 친환경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점이다. 그동안 타이어 업계에서 부실 경영으로 외국계 회사로 편입된 사례를 겪은 바 있다. 오너리스크와 별개로 경영 시계 제로인 한국타이어는 살아야 한다. 미래에 대비한 장기적인 경영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하는 큰 이유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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