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대신 세계 최대거래소 NYSE 선택지난해 매출 13조원 돌파···91% 성장다음달 상장 전망···이른 흑자 전환 기대감도
◇소셜커머스 기업서 로켓배송 타고 韓 이커머스 장악 = 쿠팡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NYSE에 클래스A 보통주를 ‘CPNG’ 종목코드(Trading Symbol)로 상장할 계획이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 및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NYSE 기업공개(IPO) 가이드에 따르면 SEC 신고서 제출 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 공모가 책정 등을 거쳐 대략 3~4주 안에 상장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쿠팡은 다음달께 NYSE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쿠팡은 2010년 소셜커머스로 설립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다. 쿠팡은 2014년 세쿼이아캐피탈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 달러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2015년과 2018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총 3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금으로 대규모 물류센터 건설과 채용, 기술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통해 선보인 ‘로켓배송’으로 차별화에 성공, 현재 유통 대기업들을 제치고 국내 이커머스 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 동안 쿠팡은 외부에서 대규모 투자 자금을 받아온 만큼 투자자들의 출구 전략으로 IPO가 지속적으로 거론돼왔다. 쿠팡은 이미 기업가치가 10조원을 훌쩍 넘겨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IPO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쿠팡이 2018년 이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투자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상장으로 신규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업 전방위 확장···기업가치 300억 달러 거론 = 실제로 쿠팡은 이미 2019년께부터 상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쿠팡은 2019년 글로벌 기업 출신의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하며 상장 포석을 마련했다. 나이키, 월마트 출신의 재무전문가 마이클 파커가 최고회계책임자(CAO)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전 이사 케빈 워시가 이사로, 한국과 유럽, 미국 등에서 활동한 재무전문가 알베르토 포나로가 최고재무관리자(CFO)로 쿠팡에 합류했다. 지난해에는 우버 출신 전준희 로켓배송 개발총괄 부사장,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판사 출신 강한승 경영관리 총괄 대표 등을 영입했다.
여기에 쿠팡은 세계 1위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 해 사업을 전방위로 확대해왔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풀필먼트서비스 사업인 ‘로켓제휴’, 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잇따라 론칭했다. 7월에는 일반 판매자도 쿠팡에 입점해 일부 수수료를 내면 보관, 배송, CS까지 쿠팡에서 대신해주는 풀필먼트서비스 로켓제휴의 첫선을 보였다. 이어 8월에는 자체 결제 서비스 ‘쿠페이’를 쿠팡페이로 분사해 핀테크 사업도 본격화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싱가포르 OTT 업체인 ‘훅(Hooq)’을 인수해 쿠팡플레이로 선보이고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에게 무료로 서비스 중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기업가치를 약 300억 달러(약 33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쿠팡은 내부적으로 기업가치를 400억 달러(약 44조원)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성장세에 흑자 전환 자신감 작용 = 다만 ‘NYSE 데뷔’ 소식은 시장의 예상을 비껴간 것이다. 쿠팡은 그 동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설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NYSE는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로 상대적으로 상장 요건이 까다롭다. 반면 나스닥은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이 상장돼 있는 기술주 중심의 거래소로, 이익을 내지 않아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초기 진입장벽이 낮다. 그간 쿠팡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데다 ‘기술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어 나스닥 상장이 유력시 됐다. 김범석 쿠팡 의장도 지난 2011년 “한국에서 성공한 쿠팡 브랜드를 갖고 2년 내에 나스닥에 직접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쿠팡이 NYSE를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성장세와 함께 흑자 전환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 매출액은 2017년 2조6846억원, 2018년 4조3546억원, 2019년 7조1531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매출액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17년 40.1%, 2018년 62.2%, 2019년 64.3%로 해가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쿠팡의 약점으로 꼽혔던 대규모 영업손실도 2018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7년 6389억원에서 2018년 1조1280억원으로 치솟았다가 2018년 7205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자리매김 하면서 쿠팡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졌다. 쿠팡이 이날 SEC에 공시한 S-1 등록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총매출은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91%나 성장했다. 순손실은 6억9880만 달러(약 7736억원)에서 4억7490만 달러(약 5257억원)으로 크게 줄였다. 쿠팡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5000억원 가량의 지출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상당히 큰 폭으로 적자를 개선한 것이다.
쿠팡이 NYSE 상장을 선택하면서 빠른 흑자 전환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대규모 추가 지출에도 적자를 크게 줄인 만큼 이르면 올해 안에도 흑자를 낼 수 있는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쿠팡의 조기 흑자 전환에 대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1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2~3년 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봤고, 삼성증권은 같은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2021년엔 매출액 15조1000억원, 영업이익 3000억원으로 흑자전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영업손실은 2000억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는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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