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대표이사 물러나···“고문 역할 수행”‘최장수 CEO 기록·12년 연속 흑자 행진’ 등 업적‘따뜻한 리더십’ 바탕으로 두터운 내부 신뢰 얻어교보증권, 박봉권-이석기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
김해준 대표는 지난 2008년 6월 교보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뒤 지난해까지 무려 12년 연속 흑자를 내며 CEO 자리를 지켰다. 증권가 CEO가 실적 부진으로 중도 퇴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12년간 CEO 자리를 지켰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교보증권은 지난 24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김해준·박봉권 각자 대표에서 박봉권·이석기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 신임 대표는 교보생명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을 역임하고 올 초 교보증권 상임고문으로 임명됐다.
향후 교보증권은 이 신임 대표가 경영지원총괄과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을, 박 대표는 투자은행(IB)부문과 자산관리(WM)사업부문을 각각 총괄할 계획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이번 각자 대표 체제 결정은 각 부문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살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김해준 대표는 고문으로서 회사에 각종 자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57년 전남 장흥 출생으로 장흥고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당시 ‘빅5’ 증권사로 꼽히던 대우증권에 입사해 IB본부장, 법인사업본부장, 자산관리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2005년부터 교보증권에서 IB본부장, 프로젝트금융본부장, IB투자본부장을 지냈다.
2008년 6월 교보증권 대표이사에 오른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6번째 연임에 성공하며 기존 증권사 최장수 CEO 재임 기록인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11년 9개월)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김 대표는 대표이사 취임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더믹 사태 등 숱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취임 후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고 매년 흑자를 거뒀다. 특히 대형사 중심의 증권업계에서 교보증권이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부문에 특화된 증권사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김 대표 취임 직전인 2007년 교보증권의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487억원, 491억원으로 4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김 대표 취임 이후 매년 실적 성장을 거듭한 교보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1044억원, 영업이익 136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첫 순이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또한, 교보증권은 지난해 6월 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기자본 규모를 1조2000억원으로 늘렸고,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으로부터 신용등급이 상향(A+/긍정적→AA-/안정적)되는 겹경사를 누리기도 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직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김 대표는 중국 보이차를 비롯해 전통 차(茶)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특히 임직원들이 각자 좋아하는 차를 기억해 직접 사무실에 준비해 둘 정도로 직원들에게 깊은 애정을 쏟았고, 직원들이 사장실을 찾으면 이들이 좋아했던 차를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다시 방문할 때 같은 차를 내주기도 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질 좋은 성장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경영 철학을 늘 강조하며 장 담그기, 빵 나누기, 무료 급식, 사랑의 도시락 등과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히 진행해왔다.
2010년부터는 매년 창립기념일(11월 22일)마다 임직원들의 참여로 진행되는 ‘창립기념 드림이 봉사활동’을 비롯해 ‘드림이 정기봉사활동’, ‘자녀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드림이 희망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업계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평소 회사 내부에서도 직원들의 높은 신뢰를 받았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역시나 뛰어난 경영 능력과 실적”이라며 “만약 확실한 실적이 없었다면 그 오랜 기간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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