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죽이겠다’ 협박했는데 달랑 벌금 5만원, 이제···

“공권력은 저와 주변인을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이 사람을 잡아 가두지도, 일시적으로 구류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의 교습소에는 초등학생들이 다수인데, 스토커를 보고 놀라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학부모님들의 불안과 근심도 엄청나서 정신적 피해보상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경찰에 세 차례 신고했으나 결국 통고조치 벌금 5만원, 사실상 훈방조치하였고 해당 스토커는 오늘인 23일도 제 사업장에 나타나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이 지난해 4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 청원글 中

지난 2월 조혜연 9단을 스토킹한 남성은 2심에서 원심과 동일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에서 스토킹을 범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조 9단에 대한 스토킹이 이어진 1년 동안 3회의 벌금형뿐이었다는 것이 포인트. 첫 신고에서 강력한 처벌이 내려졌다면 이후 피해를 막을 수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법은 스토킹을 경범죄로 치부하고 있었지요.

그나마 유명인의 경우 매스컴과 대중의 관심이 모이기 때문에 처벌이 수월한 편. 하루 평균 13건씩 접수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비율은 단 1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강력범죄로 이어진 후에야 처벌이 이뤄집니다.

지난해 5월 스토커에게 살해당한 식당 주인 A씨 역시 사건이 있기 전 피해 사실을 신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파출소로 연행됐던 스토커는 이내 풀려났고, 결국 스토킹은 살인사건이 됐습니다.

이런 참극을 막기 위한 스토킹 처벌법이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많이 늦긴 했는데요.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는 스토킹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만약 스토킹 행위를 할 때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거나 소지한 상태인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집니다.

또 강력범죄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스토킹 신고 시 경찰의 선제적 조치로 100m 이내 접근금지가 가능해집니다. 가해자가 접근금지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처벌이 가볍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제적 조치가 가능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범죄 예방 효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 상대방이 싫다는데 다가가는 이들, 이제 사라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