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가장 아쉬운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 주 국내 주식비중목표 이탈 허용 범위를 종전 ±2%포인트(p)에서 ±3%p로 확대키로 한 것이다. 유지규칙 변경은 2011년 이후 10년만에 바꼈다. 신중한 결정이었겠지만 작년과 올해에 걸쳐 국내 주식을 대량 매도한 국민연금에 대한 원성을 따져보면 눈치를 살살 보다가 결국 두 손을 들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이게 증시에 좋은 건지, 동학개미의 자산 불리기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국민연금은 지급액보다 걷히는 보험료가 줄어든다면 분명 주식을 팔아 충당해야 한다. 만약 미래의 어느 시점에 지급 부족액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판다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단기적으로 동학개미와 이들의 눈치를 봤던 정치권엔 좋겠지만, 향후 부메랑이 돼 날아 올 수도 있다.
자본시장 주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증시가 오랜 박스권을 뚫고 대세상승의 초입을 지나고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국민연금의 자산을 운용하는 이들도 이런 상황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주식 비중을 맞추기 위해 작년 말부터 주구장창 매일 몇천억씩 내다 팔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충실한 이유는 코스피가 아무리 좋아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급격하게 빠질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의 목표 주식 비중이 대략 18%였는데, 21%까지 늘렸다.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팔지 않고 보유했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수익률 0.8%라는 연금 기금 역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긴 것이다. 물론 당시에 기금 본부장 자리가 공석이라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변명이 나오기도 했지만, 핑계에 불과했다는 해석도 있다.
기금은 한결같아야 한다. 불황과 호황을 떠나 수익이 일정해야 하고, 현금창출도 용이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노후를 지켜낼 수 있다. 목표 비중 룰을 어기면 국민의 노후를 위협할 수 있다. 주식 비중 조절은 만 22년간 쌓아온 일종의 합의인데 이걸 정치적 입김에 바꿔버리면 향후 연금이 연금 역할을 못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역사적으로 우상향하는 건 맞지만 미래를 완전히 예측할 순 없다. 특히 연금의 경우엔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 비율은 2016년 20%였다. 이후 올해 말 16.8%까지 줄었다. 감소시킨 근거는 분명했다. 국내 주식 등 자산군별 허용범위를 확대하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했지만 해당 이슈가 제기되자 마자 허용 범위를 늘려버렸다. 정치가 연금을 삼켜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뉴스웨이 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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