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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 ‘명동’ 상권 초토화···화장품 로드숍 줄폐점

[르포]금싸라기 ‘명동’ 상권 초토화···화장품 로드숍 줄폐점

등록 2021.05.04 16:36

김다이

  기자

中관광객 발길 뚝 여기저기 ‘임대’딱지임대료 인건비 못 버틴 로드숍 줄줄이 철수 오프라인 매장 줄이고 ‘온라인’ 중심으로

명동길에 위치한 토니모리 매장. 사진=김다이 기자명동길에 위치한 토니모리 매장. 사진=김다이 기자

한참 사람들로 붐비는 점심시간. 을지로 인근 오피스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은 명동 식당가 골목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사람이 붐비던 명동은 이제 딱 이 시간에만 식당가를 찾은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식당가를 지나 화장품 로드숍 매장이 줄지어 있는 거리는 그야말로 적막이 감돌았다. 건물 곳곳에 ‘임대’딱지가 붙어 매장을 철수한 흔적들이 눈에 띄었다.

2000년대 초반 거리를 장악했던 1세대 화장품 로드숍들이 설 곳을 잃고 있다. 화장품을 찍어내는 족족 팔리던 시대는 저물면서 미샤와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은 물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로드숍들도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단일 브랜드 로드숍을 찾는 고객들이 줄면서, 화장품 판매 채널이 H&B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됐다. 게다가 지난해 국내에 창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판매 채널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시켰다.

눈스퀘어로 시작되는 명동길에는 특히나 공실이 많았다.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던 거리에 코로나19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자 명동을 찾는 고객들이 사라진 것이다.

명동길 초입에 있는 토니모리 명동유네스코점은 ‘임시 휴점’ 안내문을 붙여놨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아리따움도 방을 빼고 나갔으며, 홀리카홀리카와 바닐라코 등 매장들도 문을 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숍 매장이 폐점하고 임대자를 구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명동에 위치한 화장품 로드숍 매장이 폐점하고 임대자를 구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국내 공시지가 1위 자리에 터를 잡은 네이처리퍼블릭도 상황은 좋지 않다.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도 매년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해당 매장은 월 임대료만 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실적 악화로 연결됐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난해 매출은 1384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고, 2016년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매장 수는 2018년 629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3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64개의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온라인 비중을 2019년 12.5%에서 지난해 24%까지 늘렸다. 미샤 매장은 2017년 695개에서 2020년 400여 개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와 어퓨 등 화장품 브랜드가 단일 브랜드숍으로는 경쟁력이 약화하자 작년 8월 23개 브랜드, 170여 품목을 입점한 ‘미샤플러스’ 명동 1호점을 오픈했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자사 H&B스토어 ‘눙크’를 론칭했고, 온라인몰 ‘마이눙크닷컴’으로 온라인 사업 강화에 나섰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로드숍 브랜드 역시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페이스샵의 매장 수는 2017년 1056개에서 2019년 598개, 지난해에는 463개로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매장 수는 2019년 920개에서 지난해 656개로 줄었다. 에뛰드하우스는 2018년 393개에서 2019년 275개로 감소했고, 이날 검색결과 14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화장품 로드숍들은 단일 브랜드 매장을 브랜드 통합 매장으로 전환하거나,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며 온라인몰에 힘을 쏟고 있다. 높은 임대료를 감내하기보다는 더 많은 고객을 유입시킬 수 있는 라이브방송과 온라인 마케팅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명동이나 가로수길 등 기존에 관광객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상권이 이제 예전처럼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한번 오른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는다”며 “결국 버티다 못한 업체들이 하나둘 철수하면서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황 악화에도 건물주들이 욕심내 임대료만 올리면서 결국 명동은 도시 자체가 죽은 상권이 됐다”며 “임대료가 낮아지지 않으면 업체들은 명동에서 떠날 수밖에 없고 내국인은 물론 코로나19 이후에도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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