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RSU 제도, 최소 7년 뒤 주식 무상 지급···‘장기성장에 역점’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에서 시작

조건 달성시 주식 무상 지급, 스톡옵션과 차이

비상장사도 도입, 단기수익 아닌 장기성장 초점

7~10년 이후 행사 가능···각사 매년 자사주 취득

사진=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은 지난해 2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도입했다. RSU는 구글과 페이스북, 테슬라 등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 회사들이 스톡옵션 대신 활용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RSU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할 경우 주식을 일정 시점에 무상 지급하는 제도다.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수할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과는 차이를 가진다. RSU는 부여 사실만으로도 소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세금이 부과된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2월 실질지주사 ㈜한화를 필두로 RSU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상장사뿐 아니라 한화건설, 한화테크윈,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 한화디펜스 등 비상장사도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RSU는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책임경영과 근로의욕 제고 등에 초점을 맞추자는 취지를 가진다. 기업가치 향상으로 주가가 현재보다 상승한다면, 현금화 규모도 덩달아 늘어난다. 단기적인 수익과 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성과급의 단점을 보완한다.

한화그룹 계열사는 이사회나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에서 RSU 대상자를 선정한다. RSU의 행사 가능 시점은 7~10년 뒤로 설정했다. RSU를 2020년에 부여받았다고 가정하면 전무급은 2027년에, 사장급은 2030년에 실제로 회사 주식을 가질 수 있다.

또 계열사별로 이미 지급된 RSU에 대해 ‘해당 보직에서 특정기간(6~9개월) 이상 근무할 경우 조정하지 않는다’는 가득조건을 달고 있다. 일례로 경영본부장을 맡아 RSU 1만주를 지급받은 A전무가 10개월 뒤 계열사 전출이나 보직 변경이 이뤄지더라도, 기부여된 RSU는 7년후 지급된다는 얘기다.

한화그룹 계열사는 RSU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올해 1월 181만여주를 확보했다. ㈜한화와 한화솔루션은 각각 4월에 21만여주, 5월에 30만주를 취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월까지 1만2000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RSU는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승진이나 보직변경 등에 따라 지급 대상자가 매년 새롭게 선정된다. 계열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시점마다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