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지난달 이어 금리인상 필요성 강조금리인상 명분 쌓기···가계부채·인플레이션 우려↑GDP 대비 가계부채율 103.8%로 큰 폭 상승인상 시기 관건···“가계 부채에 오히려 독 될 수도”
“향후 경기, 금융안정, 물가 상황 등을 봐서 기준금리를 한두 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은 아닐 수 있다.”(박종석 한은 부총재보,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간담회 中)
한국은행의 입에서 이틀간 금리인상을 염두에 둔 발언들이 쏟아져나왔다. 인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편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하면서 한은의 완화기조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도 금리 인상 시기를 당기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금융불균형 우려···금리 인상 명분 쌓기=한은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현상)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완화적 금융 여건이 지속되고 주택 매매‧전세 거래 관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주택관련대출 수요가 여전히 높은데다 전세 자금 수요도 지속되고 있어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금융불균형 우려가 높아졌다.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 괴리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는 주택가격 상승 등에 영향을 받으며 누증이 심화한 상태다.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동반 확대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율이 2018년 91.8%에서 2020년 말 현재 103.8%로 크게 상승했다.
올 1분기 기준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2007년 1분기 8.6배) 보다 훨씬 높아졌다. 10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수도권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한은은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경기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현재로서는 금융불균형 누증이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외 충격 등이 발생할 경우 경기 및 금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백신 접종 가속화로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며 물가가 빠르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2분기 2%를 웃돌고 하반기에는 2% 안팎에서 등락하면서 지난해보다 오름세가 상당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회복 증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1.7%로 지난 3분기 후 가장 높았다. 2~4분기에 0.6% 후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연내 4% 경제성장 달성이 가능해진다.
◇한 차례? 두차례?···인상 시기 관건=현재 기준금리 0.50%는 사상 최저로 ‘이례적 완화기조’가 반영된 숫자다. 지난해 5월 인하한 뒤 1년째 동결됐다.
금리 인상 언급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이 총재 감담회 자리서다.
이 총재는 당시 “연내 금리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면서 “(당분간 인상하지 않는다는 과거 발언에 대해) 당분간이라는 표현이 가까운 장래, 사실상 저도 개념을 갖고 있지만, 시기를 미리 못박는 것 같아 표현하기는 어렵다. 서두르지 않겠지만, 실기(失期)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창립 제71주년 기념사에서 역시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하겠다”며 금리 인상을 거듭 시사했다.
여기에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드러냈다.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인데 나중에 경기상황이나 금융안정과 물가 상황을 봐서 한 두번 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이라고까지 봐야하느냐, 그건 아닐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낮은 수준에서 소폭 점진적으로 올려가는 것을 긴축 기조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상시기를 앞당길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시기다. 금리 인상을 몇 차례 단행할지도 관심사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4% 내외 경제성장 확인된다면 10월 또는 11월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7,8월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한다면 10월 또는 11월 첫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금리 인상은 시기 상조라는 주장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연내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상황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점과 4분기중 가시화될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리스크, 미중 갈등 재확산 등의 잠재적 리스크 등이 한은의 조기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강한 성장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이나 한은이 서둘러 정책기조를 조기에 전환할 여지는 아직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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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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