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이낙연 “청년 내집마련 가능한 청약펀드 고려해야”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좌담회 참석···전문가·동학개미 의견 경청

장기 투자문화 위한 인센티브 있어야···학생 대상 투자교육도 필요

투자자 보호·디폴트옵션·저소득층 투자금 매칭 등 제언 쏟아져

홍성국(왼쪽부터) 의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경보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돈 없는 젊은이들이 집을 살 만큼의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청년 주택마련 청약펀드를 만들어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2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좌담회는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과 투자 확대, 경제성장 등을 위한 주식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사회는 홍성국 의원이 맡았다.

홍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 전 대표는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을 탄탄히 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주목하고 금융투자협회를 찾았다”며 “대권주자가 금투협에서 주식시장 전문가들을 만난 건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주식시장이 경제발전과 국민의 건전한 자산증식을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방안을 모색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장기 간접투자 확대, 퇴직연금을 통한 주식투자 확대, 개인투자자 보호, 청년자산 형성방안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 전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주식시장이 부쩍부쩍 크고 있지만 아직 더 활발해져야 한다”며 “ 주식시장 활성화를 통해 국민들이 건강하게 재산을 증식하고 청년들은 새로운 기회를 맞고 기업들은 투명한 자금을 확보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모두 국내 주식시장이 아직까지 저평가돼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낮은 배당성향과 높은 외국인 비중, 편중된 산업구조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 센터장은 “한국사람들이 한국주식을 사지 않아 외국인 비중이 커진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이라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으로 투자자들이 늘었지만,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좋은 성공의 경험을 갖게 되느냐가 주식투자 확대와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표는 “국내 주가 상승률이 수출 증가세에 못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며 “국내 증시가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야 하고, 유럽처럼 학생들에 대한 주식투자 교육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주식시장에 흘러들고 장기투자문화가 정착되도록 국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개인투자자를 대변하는 정 대표는 이사들이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속증여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전했다.

이 전 대표는 투자자들이 장기투자 활성화를 위해 3년이상 투자하면 세제 혜택과 소득공제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기금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냈다.

국내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전운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디폴트 옵션은 투자자가 자산을 고르지 않아도 연금운용사가 미리 자산을 배분하는 연금상품이다. 디폴트옵션 도입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며, 투자손실에 손실에 대한 책임문제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송 연구위원은 “현재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퇴직연금을 전문가가 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퇴직연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도록 디폴트 옵션이 기본적인 운용체계로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는 개인투자자 보호에 달려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를 촉구했다. 정 대표가 이끄는 한투연은 7월 한 달간 여의도와 광화문을 오가는 ‘공매도 개혁’ 홍보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환경이 지난 수십년간 지속돼 왔다”며 “국내 정치인 대부분이 주식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외국인과 기관, 금투업계의 의견만 법에 적용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도 이날 주식투자를 해본 적 없다고 실토했다.

이어 “공매도 제도 개선, 주식양도소득세 철회, 차명계좌 적발, 농특세 폐지 등을 통해 1000만 국민들의 행복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주식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기울어진 운동장에 의한 부의 독식을 끝내달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참석자들은 청년 세대의 자산형성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소득이 적어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 청년들에겐 세제 혜택보다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중요하다는 게 참가자들의 생각이다.

김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주식투자 비중도 높은데, 자산가격이 오를수록 양극화가 심해지게 된다”며 “주식투자로 주주가 되면 기업의 부를 나눠 가질 수 있는 만큼, 저소득층이 주식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세금을 안내기 때문에 세제혜택이 의미가 없다”며 “계좌에 얼마를 넣으면 정부가 추가로 얼마를 더해주는 매칭 방식으로 자산소득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이 전 대표는 “지금은 예금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며 “주식투자 수익으로 내집마련이 가능하도록 청약펀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오늘 좋은 공부를 했다”며 “저평가된 국내 주식시장이 장기적으로 활발해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