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농협 상반기 순이익 9조원 ‘역대최대’금융당국은 108조원 중소·소상공인 대출 재연장 ‘만지작’“고통 분담에 참여하겠지만···디지털 전환 속 앞날은 막막”
정부와 금융당국이 나서서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한시적으로 제시한 오는 9월까지 대출·이자 유예를 연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 입장에선 국민 ‘고통분담’이라는 대세에 따를 수 없는 입장이지만 합산 108조원에 이르는 금액을 사실상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싹트고 있다.
◇5대 금융지주, 상반기 역대 최대실적에도 속앓이 = 27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날 신한금융이 상반기 순이익 2조4438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히면서 KB, 하나, 우리, 농협을 포함한 5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9조37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대 금융지주 모두 상반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우리 115% ▲KB 44.6% ▲농협 40.8% ▲신한 35.4% ▲하나 30.2% 순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대출 증가와 동시에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이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 첫손에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NIM은 1.43%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저 NIM을 기록한 지난해 말(1.38%)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2분기 집계 역시 0.02~0.04%포인트 더욱 상승한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금융지주 모두 실적 수직상승 배경으로 증권,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 실적 상승 영향을 꼽은 만큼 지금까지 이어진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증권사 호황과 대출 확대 영향이 호실적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5대 금융지주의 동반 중간배당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KB, 하나, 우리금융이 중간배당을 확정한 가운데 신한과 농협은 추후 이사회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08조원 중소·소상공인 대출 재연장 변수···“우리도 앞날 예측 못하는데” =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를 의식한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유예 재연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오는 9월 이후에도 재연장이 계속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과 지난 3월 두 번에 걸쳐 각 6개월씩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유예 프로그램을 연장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지주가 역대 최대 실적을 쏘아올리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3차 재연장 의지에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두 번째 연장 조치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앞으로 이를 추가 연장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국면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내부 회의에서 “지금 당장 언급하긴 쉽지 않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연장 불씨가 다시 살아난 모양새다.
금융 업계에선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만기 연장 대출 잔액과 원금상환이 유예된 기업의 분할납부액·이자를 108조원으로 추정하는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가 이를 모른 척하기는 쉽지 않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부나 금융당국 의지를 따를 수밖에 없는 수세에 몰렸다는 뒷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대출이 증가한 측면도 분명히 있는데 이를 왜 은행이 손쉽게 돈을 번 것처럼 비쳐야 하는지 답답한 면도 있다”고 강한 불만도 나왔다.
여기에 당장 카카오뱅크 상장 등으로 은행의 디지털 전환이 생사를 가를 숙명으로 다가온 데다가 금융당국 주도로 핀테크 업체가 참여하는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이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도 금융지주가 지금처럼 승승장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박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이들 금융지주는 이번 실적 발표 기간 내내 “비은행 사업과 인수합병(M&A)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재연장 얘기를 두고 금융당국과 계속 논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대출 만기연장은 둘째고 이자유예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모든 금융지주가 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당장의 이자를 갚지 못하는 것은 결국은 원금도 갚지 못해 금융지주의 손실로 처리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9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현재는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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