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간행물서 ‘은행산업 진입정책’ 분석“소매·기업·자산관리 전담 꼬마뱅크 설립 허용 해야”“기존 금융지주에 새 판로 열어주는 것” 반발도 여전
정책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벤처투자 전문은행 같은 이른바 ‘꼬마뱅크’ 설립을 기존 금융지주나 은행에서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런 조치가 결국은 고객 편의성을 더욱 충족한다는 주장이다.
9일 한국금융연구원 정기간행물 금융브리프에 따르면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7일 게재한 ‘국내 은행산업의 구조 분석과 향후 진입정책’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예상했다.
보고서에서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4년간 국내 은행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업을 개시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일부 은행 업무를 대행함으로써 기존의 가치사슬이 분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시장지배자가 시장혁신자 소임을 수행하지 못하고 단지 시장의 파이를 쟁탈하려는 축소 지향적 사고에 머문다면 국내 은행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책당국은 규모와 업무 단위별로 인가 요건을 차별화하는 새로운 진입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으로 기존 사업자를 포함해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진입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은행산업이 금융지주 설립 추세 등으로 시장 집중도가 크게 상승했는데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때라는 설명이다.
이를테면 은행이 필요에 따라 소매금융 전담은행, 기업금융 전담은행, WM(자산관리) 전담은행 등으로 분할할 수 있고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는 각 사업 단위나 규모별로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이를 통해 분사와 인수합병(M&A) 등 사업 구조조정이 유리하도록 방향을 설정하면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김 연구원은 “지금은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금소법 강화 등으로 은행이 방어적 영업전략을 구사해 고객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지만 새로운 진입 정책이 도입되면 은행은 고객의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에 부응하고 책임의 명확화를 통해 확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가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벤처투자 전문은행 같은 이른바 ‘꼬마뱅크’ 설립하면 은행 산업 전반에 공정 경쟁 요건이 조성될 것이란 주장으로 읽힌다.
실제로 보고서에서 ‘가칭’으로 언급한 ‘꼬마뱅크’는 다른 이름으로 이미 영국에서 2010년대 중반 수십 개가 설립됐다.
당시 영국은 기존 은행의 보완 차원에서 자본금 규제를 완화하고 ‘챌린저뱅크(challenger bank) 설립을 유도했다. 레볼루트, 몬조뱅크, 스타링뱅크, 메트로뱅크, 아톰뱅크 등 인터넷전문 은행이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형은행의 시장지배력을 축소하고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한다는 구상 아래 이런 챌린저뱅크 설립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들 챌린저뱅크 시장 규모는 현재 28억달러 수준 규모에서 2025년이면 300억달러로 증가하고 전통적인 예대마진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다각도의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
국내에선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불리는 토스뱅크가 “진정한 챌린저뱅크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금융소외 계층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중신용 개인 고객과 소상공인 고객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꼬마뱅크’ 도입 주장이 주목받는 건 최근 시중은행이 고액자산가를 위한 특화 점포나 향후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특화 점포를 속속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해 국내 은행에서 폐쇄된 점포는 334곳에 달하고 올해도 100여곳의 지점이 통폐합을 앞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산관리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특화 점포 개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이런 ‘꼬마뱅크’ 설립이 실현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지금과 같은 인터넷은행 출범과 큰 차별점이 없어 사실상 대형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을 허가해주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으로 의견이 모인다.
실제로 지난 5월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해달라는 의견서를 전달했지만 기존 인터넷은행 사업자, 일부 지방은행, 금융노조 반발에 직면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통적인 금융지주에 수익 창출 판로를 하나 더 열어주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의견서에는 8개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JB·DGB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입장을 비롯해 해외 사례·기대 효과·당위성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 등 이런 구상은 금융 소비자의 편익이나 혁신보다는 기존 금융지주의 또 다른 판로를 열어주는 것에 가깝다는 반론이 만만찮다”며 “빅테크 사업자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란과 마찬가지로 대형 금융지주의 힘은 더욱 키워주고 지방은행은 더 버티기 힘든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이렇게 금융지주에 유리한 정책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며 “다만 금융당국의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를 두고도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의 보이지 않는 알력 싸움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관련해서 목소리가 나올지 계속해서 관심을 끄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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