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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부과에 “법적판단 받겠다” 돌연 강경선회한 쿠팡 왜?

[Why] 과징금 부과에 “법적판단 받겠다” 돌연 강경선회한 쿠팡 왜?

등록 2021.08.20 15:40

김다이

,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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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쿠팡 자본 잠식 상태 고려 과징금 33억원 부과전원회의서 ‘선처’ 요구하다가 ‘행정소송’으로 입장 바꿔결국 소송전 예고 ‘최저가 운영 시스템’ 보호 일환 풀이

 과징금 부과에 “법적판단 받겠다” 돌연 강경선회한 쿠팡 왜? 기사의 사진

납품업체 대상 갑질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받은 쿠팡이 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예상했던 수준의 절반가량으로 과징금이 낮아졌음에도 쿠팡이 법적 판단을 받겠다며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지난 19일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법을 위반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2억97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팡은 납품업체에 일시적인 할인 판매 등으로 내려간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 인상을 요구했다. 또 마진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광고 구매도 강요했다. 이 밖에도 판매촉진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기본계약에 약정 없는 판매장려금도 수취했다.

이런 혐의가 입증되자 쿠팡은 “이번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겠다”고 반박했다.

이는 앞서 쿠팡이 전원회의에서 보였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당시 제재 심의를 받던 쿠팡 측은 “순손익이 나지 않는 회사 구조상 과징금 산정에 이를 고려해달라”며 제재 자체를 부인하기보다는 선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요청을 받아들인 공정위는 60~70억원으로 거론했던 과징금을 절반 수준인 32억9700만원으로 결정했다. 고발 조처도 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경영간섭행위에는 형벌 조항이 들어있어 심사관이 고발을 요청했으나, 위원회에서는 달리 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두고 ‘선방했다’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쿠팡 납품업체들이 줄줄이 공정위에 제소했던 것과 더불어 직전 사업보고서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쿠팡은 과징금도 절반 넘게 감액받았다. 사업 전략상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쿠팡에는 과도하지 않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정관계 인사들로 구성된 대관 조직이 또 한번 능력을 입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간 쿠팡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끌어들이며 대관을 강화했다. 공정위를 비롯해 각종 정부 부처,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조인, 정치계 의원실 보좌관 출신 인물들을 대거 영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10월 영입한 강한승 대표이사다. 강 대표는 쿠팡 합류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거쳐 2013년부터 김앤장에서 근무하며 정·재계를 아우르는 대관을 도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쿠팡은 강 대표를 필두로 김범석 창업주의 동일인 지정,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 굵직한 문제들을 모두 피해갔다. 이번에도 막대한 대관 인력들이 쿠팡의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당연시되는 이유다.

그러나 쿠팡은 공정위의 판단 자체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소송을 나선 이유를 ‘쿠팡의 가격 운영 시스템’을 변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쿠팡은 ‘최저가 매칭 시스템’으로 업계 최저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경쟁 온라인몰이 판매가를 낮추면 곧바로 자신의 판매가격도 최저가에 맞춰지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11번가에서 판매하는 A제품 가격이 1만원에서 8000원으로 내려가면, 쿠팡에서 파는 A제품 가격도 8000원으로 떨어진다. 쿠팡은 이 마진을 회복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타사의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광고료를 보존해달라 요구해왔다.

‘최저가 시스템’은 쿠팡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빠르게 상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쿠팡이 이번 공정위 제재로 해당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면 쿠팡의 운영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불복할 수 없었던 쿠팡은 승소 행정소송을 불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LG생활건강의 신고 사항 7가지 중 2가지 항목에 대해서만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려진 만큼 행정소송을 통해 이를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조사 결과 쿠팡은 LG생활건강 신고 사항 중 ▲손실보전 목적 광고비 요구 ▲타 채널 판매 가격 인상 요구 등 2가지만 문제가 있다고 판명 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기업이 행정소송을 통해 정부 기관의 판결을 뒤집은 사례가 많지 않다”며 “쿠팡 역시 막강한 법무팀이 꾸려져 있다고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준비한 공정위의 판결을 뒤집기는 힘들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점에 대해 반박하고 혐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이 행정소송 제기 의사를 밝히면서 공정위는 서울고법(2심)에서 쿠팡과 법적 다툼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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