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일자리재단, 생애설계 및 관련 동영상 3편 배포 국민연금 조기 가입 장려하며 “주식 하지 말라” 지적선진국, 주식투자 조기 교육···저축은 노후준비 한계 정부는 퇴직연금 세제혜택 주며 ETF 등 담아라 홍보
최근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34세 청년들 사이에서 한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은 ‘생애최초 청년 국민연금 가입 장려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청년들의 국민연금 조기 가입을 장려하기 위해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미래설계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생애 설계 및 동영상 3편을 시청하면 미래설계 비용인 ‘문화상품권 3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한 청년들의 호응은 대단히 뜨겁습니다. 많은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적게는 수십초에서 많게는 1~2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문화상품권은 선착순 20만명에게 지급되는데, 현재까지 11만 명 가까이 참여했죠.
이 이벤트에 참여하면 가장 먼저 간편 생애설계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총 19개의 객관식 문항이 나오고, 두 가지 답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데요. 저는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 대신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린다’를 선택했습니다. 또 돈을 모을 때는 ‘손실위험보다 수익률이 중요하다’를, 내 집 마련에 대해서는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를 체크했습니다.
이에 대한 경기도의 분석은 어땠을까요? 저는 “인생 역전의 꿈을 꾸며 현실적보다는 꿈속에 살고 있는 타입”이라고 합니다. 국민연금 등 국가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고 돈에 대해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분석에 더해 나름의 조언도 있었는데요. 투자보다는 저축을 통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려가는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재테크보다 직업 수명을 늘리려는 노력부터 하라는 충고도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투자의 정석’ 영상에선 주식투자가 왜 나쁜지 조목조목 나옵니다. 최근 주식투자를 시작한 ‘주린이’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보유효과, 손실회피 성향, 도박사의 오류, 처분효과 등의 이론을 내세우며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이를 보면 경기도는 주식투자를 일확천금을 위한 투기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자본가와 노동자를 완전히 갈라놓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청년들은 고급정보가 없고 돈이 없기 때문에 투자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주식은 제로섬 게임이라 누군가 까먹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타인의 실패를 기반으로 한 성공이 과연 진정한 성공이냐고 되묻기까지 합니다. 그리고는 “저축만 해도 괜찮습니다”라는 말로 영상을 끝맺습니다.
이 영상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도에 물어보고 싶습니다.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 인상을 방어하지 못하는 저축만으로 충분한 노후대비가 가능한 걸까요?
시장 상황에 따라 단기 조정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초가 탄탄한 기업이라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우상향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주식이 ‘제로섬 게임’이라는 것도 이해가 잘되지 않습니다.
청년들에게 주식이 위험자산이라는 걸 경고하고 싶었다면 “주식은 안돼”가 아니라 올바른 투자문화를 알려주는 게 맞습니다. 묻지마식 뇌동매매와 투기성 단타를 지양하고 튼튼한 실적과 건강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에 장기투자하라고 해야 설득력이 있습니다.
통상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금융투자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도가 높다고 합니다. 국민들이 투자한 돈으로 기업은 새로운 사업에 나서고, 기업의 이윤은 주주인 국민들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국민들의 종잣돈이 국가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국민도 ‘부’를 얻게 되는 구조인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금융투자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후진적인 제도 탓에 외국인들만 부를 쓸어가곤 했습니다.
반면 금융선진국들은 청년들에게 올바른 주식투자 방법을 교육합니다. ‘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자녀들과 함께 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본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본가’와 ‘부자’가 될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죠.
‘한국의 워렌버핏’으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조기 금융교육을 늘 강조하는데요. 학부모들이 국영수보다 주식투자를 더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입니다. 존 리는 빚 대신 여유자산으로 투자하고, 절대 주식을 팔지 말라고 말합니다. 튼튼한 기업을 골라 꾸준히 조금씩 투자하다 보면 저축이나 국민연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경기도의 편협한 시각은 무섭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청년들은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어”라고 주입하는 것 같거든요. 노동에 대한 중요성만 강조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를 계급 지은 것도 씁쓸합니다.
청년들이 주식투자를 계층의 사다리로 이용해 노후를 준비하는 건 바람직한 일입니다. 설령 주식투자에서 약간의 손해를 봤다고 해서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투자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교육하고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넓혀주는 게 국가와 기성세대의 임무가 아닐까요.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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