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능력 기반한 대출 관행 필요하지만”“보완대책에 실수요자 보호 방안 담을 것”“거래소 가상자산 상장기준 등 점검 필요”“대장동 의혹은 검·경 수사 경과 지켜봐야”
특히 고승범 위원장은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내면서도 실수요자를 보호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 보완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실수요자 보호해야” 질타에···고승범 “보완대책에 반영할 것”=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의 질의가 집중된 사안은 단연 가계부채 문제였다. 금융위의 대출 총량 관리 기조에 시중은행이 집단대출과 같은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아파트 입주나 이사 등을 앞둔 가정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실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부터 12월까지 중도금대출이 만기되는 사업장은 5만3023세대(5조727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규모를 고려했을 때 입주시기엔 약 3조원의 신규 대출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유의동 의원은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총론엔 동의한다”면서도 “실수요자 보호 방안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가계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도 거들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담보로 대출을 하겠다는데 왜 대출을 안 해주는지, 실수요자의 불만이 크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 역시 “돌아봤을 때 정부가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을 5% 이내에서 관리한 사례가 드물다”며 “물론 GDP(국내총생산) 등을 반영했겠지만, 개개인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총량규제는 ‘행정편의 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현 시점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향후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대응을 하는 게 낫다”고 해명했다.
집단대출을 막고 전세자금 대출을 조여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겠냐는 유의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6%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를 막아야겠지만, 지금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이들에 대해서도 가능한 상환 능력 안에서 대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다만 고 위원장은 “집단대출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주요 은행 확인 결과 전체적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달 중순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만들면서도 실수요자 문제를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정책 모기지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놓고는 “정책 모기지의 월별 상환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잔액이 빠르게 늘어 정책 금융기관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릴 필요가 있다”며 “최대 1.2%인 수수료를 절반인 0.6%로 낮추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가상자산 상장·폐지 기준 점검할 것”=고 위원장은 가상자산과 관련해선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가상자산의 상장과 상장폐지 방식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고 위원장은 “현재 가상자산 상장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상장·폐지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가상자산업권법 검토 시 이 부분이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업체의 영업방식 중 투자자 보호 방안이 있는지 금융당국에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감사 중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코인 상장과 상장폐지 기준 안내 서류가 두 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고, 지난 2년 6개월간 업비트가 상장시킨 298개 코인 중 145개가 상장폐지됐다”고 짚었다.
고 위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 관련 보이스피싱 대책에 대한 질의엔 “피해구제 제도를 금융회사가 아닌 가상자산사업자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동시에 가상자산사업자가 은행 실명 계좌 제휴 실패로 원화마켓을 중단한 것을 놓고는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며, 은행도 국제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코인마켓만 운영하는 업체가 어떻게 사업을 해 나갈지 같이 상의해볼 것”이라고 일축했다.
◇“사모펀드 판매사 징계, 신중히 검토 중”=고 위원장은 사모펀드 판매사 징계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엔 “안건소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가 보고 있고, 쟁점이 많아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라임펀드 사태 제재심에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겐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금융위는 아직까지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중징계 처분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을 감안해 손 회장 행정소송 1심 이후로 판단을 미루기로 했으나 금감원 측이 항소하면서 고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고 위원장은 금융사 내부통제제도에 대해선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내부통제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내부통제 개념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장동 의혹, 검·경 수사 지켜봐야”=이밖에 고 위원장은 정치권 핵심 쟁점인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선 시종일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고 위원장은 “검·경이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이를 지켜보는 게 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엔 “FIU는 법에 따라 의심거래가 발생하면 조사 후 전달하지만 자금 흐름을 추적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니 그 과정에서 의혹이 밝혀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금융위 산하 FIU는 화천대유 내부에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한 뒤 지난 4월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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