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4개 증권사 비과세 TRS 거래 224조원탈세 추정액 6088억원···개인만 과세는 ‘공정 위반’
이들 증권사들은 외국인 TRS(총수익스와프) 거래 관련 세금을 원천징수 하지 않아 국세청으로부터 과세 처분을 받았다. 이는 ‘조세범 처벌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한투연의 설명이다.
TRS란 투자자(총수익 매수자)를 대신해 증권사 등(총수익 매도자)이 기초자산을 매입 후, 자산 가격 변동으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이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계약이다. 신용파생금융상품의 일종으로, 총수익 매수자는 투자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보유한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
조세협약에 따라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자와 배당소득액은 국내 과세분으로 원천징수 대상이지만, 그동안 대다수 증권사들은 파생상품이라는 명목상 이유를 들어 외국인의 TRS거래 수익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말 삼성증권 정기 세무조사 당시 TRS 비과세 문제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전체 증권사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 조사했고, 올해 삼성증권 등 14개 증권사에 과세처분을 한 바 있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입수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5월경까지 국내 14개 증권사의 외국인 TRS 거래대금은 총 224조 4700억 원이다. 거래액을 토대로 산정한 탈세 규모 추정액은 6088억 원에 달한다.
증권사별 거래대금 규모는 미래에셋증권 111조632억원, 한국투자증권 40조3286억원, 신한금융투자 24조1220억원, NH투자증권 19조666억원, 하나금융투자 13조2399억원, 삼성증권 9조9037억원, KB증권 6조3828억원, 유안타증권 1298억원, 대신증권 1101억원, 교보증권 518억원, 하이투자증권 318억원, 신영증권 219억원, 키움증권 113억원, IBK투자증권 58억원 등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비과세 처리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이미 2009년 미국 금융감독청이 TRS 거래를 통한 외국인 탈세를 적발하고 있다. 시티그룹에 6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이후 모든 TRS 거래에 대해 원천징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한투연의 설명이다. 당시 시티그룹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의 원천소득세 탈세액인 2400만달러를 자진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TRS 계약을 통한 탈세 행위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 조세 회피처를 이용하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서 주식시장을 어지럽히는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수사를 해주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거래인 주식 스왑 계약에서 발생한 소득을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국세청의 파생거래상품 예규(지침)를 증권업계가 수용하고 원천징수해왔음에도 외국인을 상대로 한 파생상품 거래인 TRS에 대해서는 비과세로 일관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한투연의 입장이다.
또한 TRS 과세 논란은 이미 세금회피 논란이 있었던 CFD(차액결제거래) 상품에 대한 과세 공백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다. CFD와 마찬가지로 세금 무풍지대에 위치해 외국인 탈세를 돕고 있는 TRS 거래도 당연히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TRS 거래의 원천징수를 하라는 조항이 없으므로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삼성증권이 제일 먼저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금융투자협회 주도하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도 지난 7월 조세심판원에 불복 청구를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증권사들이 외국인으로부터 받는 거액 수수료 때문에 세금 탈세에 협조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며 “과세 형평을 무시한 TRS 탈세금액에 대해 각 증권사는 소송으로 대응하지 말고 즉각 세금 납부 후 외국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게 국익과 증권사 주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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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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