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상속세 개편 논의···홍남기 “유산취득세 도입 검토”개인 취득분만 세금 매겨 감세 효과···조세 형평성 부합“도입시 세수 감소”···상속액 허위신고·부자감세 논란도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 상속세 연구용역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초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관련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는 ‘유산취득세’를 포함해 다양한 개편 방안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앞서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도 “(유산취득세도) 검토할 때 같이 짚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각자 재산을 분할받기 전의 유산총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무행정이 용이하고 세수증대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개인의 납세 부담능력이 반영되지 않는 만큼 실제 상속액에 관계없이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유산취득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24개 OECD 회원국 중 유산취득세가 아닌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4개국뿐이었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각자가 받은 증여재산가액을 파악한 후 이에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세무행정 부담은 크지만 형평성에 맞게 과세하는 것이 장점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되면 실제로 받는 상속액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돼 사실상 납세자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유산세’는 이미 소득세를 납부한 유산에 대해 다시 과세하는 것으로서 이중과세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유산취득세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21일 국회 기재위 국감에서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과표구간과 세율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면서 “부자 감세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에 따르면 2019년 상속세 과세자 수는 8357명으로 전체 피상속인(34만5290명)의 2.42%에 불과했다.
유산취득세로 바꾸면 국가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고,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상속인 아닌 사람을 상속인인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OECD 회원국들의 상속 관련 세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위로 상속액을 분할 신고할 우려가 있고 적정한 세무집행이 곤란한 점이 유산취득세의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21일 국감에서 용 의원이 “상속세제를 개편하더라도 세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과세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자 “유산취득세가 도입된다면 세수 중립적으로 하긴 어렵고 아무래도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당초 유산취득세는 응능부담 원칙(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과세하는 원칙)에 따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며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면서 세수 중립적으로 되려면 상속세율을 올려야 하는데, 아마 거기까진 연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산취득세 도입은 상속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라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유산취득세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차원이 아니라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회에 말씀드리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수 측면보다는 상속세가 어느 것이 더 적합한가에 대한 공감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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