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 사외이사 70% 임기 만료···큰 폭 교체는 없을 듯

내년 3월까지 사외이사 27명 임기 종료

‘CEO 교체’ 하나금융, 이사진 변화 주목

신한금융은 ‘조용병 친정체제’ 강화할 듯

우리금융, 여성 사외이사 임명 서둘러야

그래픽=박혜수 기자

내년 3월까지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사외이사 70%가 임기 만료를 맞는다. 코로나19 대확산, 금리 인상과 같은 불안정한 경영환경을 고려했을 때 큰 폭의 교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각 그룹이 저마다 현안을 떠안고 있어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주요 금융그룹의 반기보고서를 종합하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8명 중 27명의 임기가 곧 마무리된다. 이에 각 그룹은 이사회를 가동해 후임자 물색에 착수할 전망이다.

먼저 KB금융에선 ▲선우석호 ▲스튜어트 솔로몬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등 사외이사 7명 전원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난다.

또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12명 중 ▲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이윤재 ▲최경록 ▲허용학 ▲윤재원 ▲진현덕 사외이사 등 8명이 교체 대상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8명 중 ▲박원구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이사 등 6명이, NH농협금융은 ▲김용기 ▲남유선 ▲이진순 사외이사 등 3명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내년초 ‘완전 민영화’ 체제로 새 출발하는 우리금융에선 ▲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장동우 등 사외이사 4명 모두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CEO 교체’ 하나금융, 이사진 변화줄까?=그 중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하나금융의 행보다. CEO 교체를 앞두고 사외이사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점쳐져서다.

올해 4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통해 재임 연령을 만 70세까지로 규정해 더 이상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이 가운데 김정태 회장 본인도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하나금융은 늦어도 내년 2~3월까진 그룹을 이끌 적임자를 후임 CEO로 확정지어야 한다.

하나금융의 회추위엔 ▲허윤(위원장) ▲박원구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이정원 ▲권숙교 ▲박동문 등 8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그 중 6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회추위 구성을 위한 사외이사 교체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비슷한 현안을 지닌 신한금융의 경우 이변이 없는 한 사외이사 대부분이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내년말 3연임에 도전하고자 지금의 이사회를 중심으로 친정체제를 강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채용비리 항소심에서의 무죄 선고로 법률적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윤재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신한금융 회추위엔 ▲변양호 ▲성재호 ▲허용학 ▲최경록 ▲진현덕 등 임기 만료를 맞는 사외이사가 대거 포진해 있다.

◇우리금융, ‘여성 사외이사’ 확보 숙제=우리금융은 서둘러 여성 사외이사를 모시는 게 과제다. 기업의 이사회 구성 요건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년의 유예 기간 끝에 내년 8월 본격적으로 시행돼서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선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법인이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남성 또는 여성)로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때문에 해당 기업은 늦어도 2022년 7월까지 적어도 1명의 여성 이사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5대 금융지주 중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곳은 우리금융 뿐이다. KB금융은 2명, 신한·하나·농협금융은 각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상태다. 권선주 KB금융 사외이사와 남유선 농협금융 사외이사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에 외부에선 우리금융이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과점 주주와 함께 관련 논의를 이어갈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한 주주는 ▲IMM PE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푸본생명 그리고 유진프라이빗에쿼티(PE)다. 유진PE는 22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지분 4%를 인수할 낙찰자로 선정되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함께 부여받았다. 이 회사가 추천한 이사는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이다.

◇변화보다 안정···상당수 연임에 무게=다만 업계에선 금융그룹이 어려운 경영환경을 고려해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6년의 임기를 채운 박원구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뺀 상당수가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금융회사는 상법에서 정한 최장 6년(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기준)의 사외이사 임기를 보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만큼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는 데 기인한다.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 이해상충 여부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탓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선 금융과 경제, 경영, 법률, 회계 등 전문지식이나 실무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최대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 사업상 경쟁·협력 관계에 있는 자 등을 사외이사로 둘 수 없도록 한다. 동시에 금융회사 사외이사가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넓게 보면 금융권에 여성 사외이사가 드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상대적으로 여성 인력풀이 적은데다,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다른 업계와도 경쟁해야 하다 보니 인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적임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면서 “회사에 CEO 교체와 같은 특별한 현안이 없다면 변화를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