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HMM·한화생명·KG이니시스, 호실적에도 ‘저평가’메타버스·NFT 테마주는 기대감만으로 상한가 달성전문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소홀한 결과”소액주주 보호 최하위 수준···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9일 전 거래일 대비 1.68% 빠진 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27일 기록한 올해 고점(2만7050원) 24.2%나 급락했고, 올해 초(1만9050원)와 비교하면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되며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 1조2241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5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증권가는 올해 호실적을 일회성이 아닌 펀더멘털 개선으로 보고 있지만 주가는 힘이 빠진 모양새다.
한때 ‘흠슬라’로 불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HMM도 지난 5월 고점(5만600원) 대비 51%나 급락했다.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2조2708억원) 전년 동기 대비 719.5%나 증가했고, 57%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은 코스피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주가는 고점 달성 이후 이렇다 할 반등이 없는 상태다.
금융주인 한화생명도 ‘저평가’ 논란에 시달리는 실적주로 꼽힌다. 한화생명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은 1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나 증가했다. 이는 컨센서스의 40%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특히 한화생명의 올해 누적 순이익(연결기준)은 약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225.6%, 2019년 대비로는 13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의 현재 시가총액 순위는 코스피 126위(2조4000억원)에 머물고 있다. 올해 예상 순이익이 4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KCC가 125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생명의 저평가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코스닥 종목 역시 실적주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 185위(시총 4600억원)인 KG이니시스는 올해 고점 대비 27.2% 하락한 1만6650원(29일 종가)에 머물고 있다. 1만9000원대였던 올해 초와 비교해도 16% 가량 떨어졌다.
KG이니시스는 올해 3분기까지 8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총 13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KG이니시스는 지난해 실적(980억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실적을 감안할 때 KG이니시스의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경쟁사로 꼽히는 다날의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68억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 1조원(코스닥 66위)을 넘겼다.
실적주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사이 메타버스·NFT 테마주들은 연일 급등세를 타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급격히 상승한 한글과컴퓨터는 불과 9거래일 사이 60% 가량 치솟았다. 지난 17일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해 플래티어, 드래곤플라이, 소프트캠프 등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상한가를 찍기도 했다.
국내 종목들의 실적과 주가간 괴리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 수급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 선진국지수 미편입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이익을 쌓아두기만 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한 결과가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우리증시는 소액주주 보호 부문에서 이머징 시장 20개국 가운데 최하위(2016년 IMF 조사)를 기록했다. 또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2018년 CLSA증권 발표) 역시 아시아 12개국 중 꼴찌 수준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실적이 둔화되더라도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엔 적극적이지만 주주환원 정책은 부족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물론 투자도 호재이기 때문에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주가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장사들의 균형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실적이 좋은 기업들의 주가가 내리는 건 기관투자자들의 ‘단타’가 한몫했다고 본다”며 “단순히 수익률 게임만 하는 기관투자자의 투자행태와 지나친 공매도가 맞물리면서 주가에 발목이 잡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전거래와 통정거래, 허수주문 등이 만연한데도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실적주들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건 사실상 주가조작이나 다름없는 만큼 금융당국의 시장감시 및 처벌 강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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