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 올해도 ‘노조 추천 이사제’ 고민

노조, 설 연휴 직후 사외이사 추천 착수

노동계·법조계·학계 인사 3명 제시할 듯

윤 행장, 노조와의 첫 약속 지킬지 주목

인사권 쥔 금융위 측 최종 판단이 관건

사진=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 노사가 올해도 ‘노조 추천 이사제’를 놓고 머리를 맞댄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 법안 통과로 금융권 전반이 술렁이는 가운데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 초기 노조와 했던 약속을 지킬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설 연휴 직후 사외이사 추천 작업에 착수한다. 그간 의사를 타진해온 노동계·법조계·학계 인사를 중심으로 총 3명의 후보를 추려 사측에 제시하기로 했다.

특히 신충식·김세직 사외이사가 오는 3월 나란히 임기를 마치면서 이사회 내 두 자리가 공석이 되는 만큼 그 중 하나를 확보하겠다는 게 노조 측 구상이다.

기업은행 노조의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3명을 추천했고 그 중 1명을 최종 후보에 포함시켰지만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해당 인사가 금융위원회의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서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자리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작년의 경우 추천받은 후보가 금융위 인사검증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와서 올해도 복수의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라며 “이사회가 다방면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서 후보를 물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성원 모두 성과를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사로 선임된 사람은 정관에서 정한대로 사업계획·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경영 현안에 대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금융권과 공공기관을 통틀어 노조의 추천을 받아 이사회에 입성한 인물은 수출입은행의 이재민 사외이사 뿐이다.

업계에선 기업은행 노조 측 인사가 최종 후보에 오르기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의무화 법안과 맞물려 KB금융 등 주요 금융회사에서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분위기가 무르익은 데다, 윤종원 행장 역시 누차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어서다.

정치권이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정무위 의원은 윤 행장을 향해 기업은행이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물론 인사권을 쥔 금융위의 판단이 변수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겠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부채 관리 이외의 분야엔 거리를 두는 모양새라 노조의 기대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일단 고승범 위원장은 “선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합리적으로 노조 추천 이사제가 운용되도록 살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와 관련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따로 일정을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사측과 합의된 사안이라 후보 추천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인 만큼 당국의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