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도시바-인텔'로 이어지는 M&A 승부수메모리 반도체 사업다각화···낸드 글로벌 2위 도약美 R&D센터 건립 등 '공격투자'···삼성전자 맹추격
박정호 부회장, 이석희 사장 등 경영진은 SK하이닉스가 단 한계 도약하려면 낸드 사업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태원 회장도 D램 반도체에서 쌓아올린 기틀을 낸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에 공감했다.
◇인텔 낸드 M&A에 10조 투자=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 달러(10조원대)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 역대 최대 M&A 기록이었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금액이었던 3조4000억원을 2배 이상 뛰어넘었고, 2016년 삼성전자가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 쏟아부은 9조원을 웃돌았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 M&A를 두고 재계에선 반도체 사업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석했다. 이전까지 SK하이닉스 매출 구조는 D램이 70~80%를 차지해 매출 쏠림 현상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 경영진은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선 10조원을 들이더라도 인텔 낸드 사업부를 품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작업은 2025년 3월 완료 시점까지 1, 2차에 나눠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중국 등 8개 경쟁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며 1차 인수대금 70억 달러를 납부했고 이에 따라 인텔이 보유했던 중국 다롄 공장과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사업을 곧장 넘겨받았다.
M&A 작업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 낸드 사업 비중은 현재 20% 수준에서 4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터프라이즈 SSD 같은 솔루션 기술은 하이닉스가 열세인데, 인텔 낸드 인수는 이러한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10년간 85조 공격 투자=인텔 낸드 부문의 M&A와 별개로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생산시설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주인없이 7년여 세월동안 채권단이 비용투자를 견제해 새로운 장비 도입으로 생산 캐파를 늘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SK그룹의 식구가 된 뒤에는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적기 투자가 가능해졌다.
SK그룹 편입 직후인 2012년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난 3조85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투자 확대였다.
이후에도 SK하이닉스는 꾸준히 투자 규모를 늘려갔다. 2014년에는 투자금액이 5조원을 넘겼으며 2015년에는 전년 대비 28.85% 증가한 6조7000억원을 쏟아부었다. 2017년에는 신규 클린룸 건설과 인프라 투자 등으로 투자금액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겼으며 2018년에는 사상 최대 금액인 17조원을 투자했다.
다만, 2019년에는 경제 불확실성 확대와 수요 둔화를 감안해 시설 투자규모를 12조7000억원으로 대폭 줄였으며 2020년에는 다시 9조9000억원을 기록해 10조원 미만으로 내려갔다. 지난해의 경우 SK하이닉스의 시설투자 규모는 다시 10조원대를 회복해 1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투자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투자금액은 용인 부지 매입, 미국 R&D센터 건립 등 인프라부문 투자에 집중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간 누적 투자액은 자그마치 89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인텔 낸드 인수자금 및 도시바메모리 지분 투자 4조원, 키파운드리 인수대금 5700억원 등을 모두 합치면 10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또 최태원 회장이 2015년 경기도 이천 사업장 M14(D램·낸드)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46조원을 쏟아붓겠다던 증설 전략은 2018년 청주 M15(낸드), 2021년 이천 M16(D램)을 차례로 준공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초미세공정 등 기술 경쟁으로 치닫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몸집을 부풀리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업계 평가도 나왔다.
◇메모리 세계 2위···기업용 SSD는 삼성 앞질러=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세계 2위에 올라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 순위는 삼성과 인텔에 이어 3위에 올라 '글로벌 일류 기술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기에 이르렀다. 명실상부 SK 반도체의 글로벌화에 성공한 대목이다.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이며 낸드 점유율은 올해부터 인텔과 매출을 합산할 경우 기존 3~4위권에서 단숨에 2위로 도약하게 된다.
SK그룹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존폐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일류 기술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하이닉스 고유의 불굴의 정신과 SK그룹의 미래지향적 기업문화의 융합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다수"라며 "하이닉스 구성원들에게 내재된 위기 극복 DNA와, SK그룹의 전략적인 기업문화가 시너지를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용 SSD(eSSD) 시장에서도 현재 세계 2위인 인텔(29.6%)과 SK하이닉스(7.1%)의 점유율이 합쳐지면 세계 1위인 삼성(34.1%)을 앞지르게 된다. 기업용 SSD 시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서버 수요 증가로 급격히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분야다.
이석희 사장은 미국 'CES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면서 미국에 1500명 엔지니어가 보유한 역량을 갖고 오게 됐다"며 "인텔이 보유한 SSD로 교체하면 탄소배출량 93% 저감 등 환경 이슈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확대해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출범시켰고, 지난해는 5758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매각됐던 키파운드를 17년 만에 되사왔다.
SK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 파운드리(8인치 웨이퍼)는 워낙 매출 규모가 작고 삼성전자나 TSMC의 300mm 웨이퍼와 플레이 자체가 다르다"며 "비메모리 사업을 하더라도 앞으로 주력은 D램과 낸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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