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회사 M&A로 미래 사업 반도체 꿈 펼쳐"경영자는 멀리 봐야"···반대하던 사장단 설득10년새 매출 333%, 영업익 3174%···'SK 효과'시총 13조에서 작년 100조 돌파, 코스피 2위
최태원 SK 회장이 과감한 투자 결정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회사로 키워낸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숱한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전 유공), SK텔레콤(전 한국이동통신) 등과 비교해서도 SK하이닉스의 연간 수익성은 가장 앞서 있다.
◇반도체 바닥서 미래 본 최태원=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결단할 2011년 당시 반도체 시장은 그리 좋지 않았다. 최 회장 주변에서도 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조 단위 설비 투자도 지속해야 하는 반도체 회사 인수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가뜩이나 인수 작업이 진행되던 2011년 3분기와 4분기 하이닉스의 분기 영업적자는 각각 2909억원, 1065억원에 달했다. SK 경영진 다수가 적자 기업을 사들이겠다는 최 회장의 도전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SK 반도체의 글로벌화' 꿈을 갖고 3조4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재무 부담이 크다고 인수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수 있다. 경영자는 멀리 봐야 한다"며 인수 주체였던 SK텔레콤 경영진을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특히 2010년 초 최 회장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반도체 사업의 전망이 밝다는 말을 듣고 결심을 굳혔다는 이야기는 재계에서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2년간 직접 개인교습을 받아가며 반도체 공부를 한 뒤 인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12년 2월 하이닉스반도체 주식 총 1억4610만주를 인수해 보유지분율 21.0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 인적분할로 설립된 SK스퀘어가 SK하이닉스 최대주주가 되기 이전까지 SK텔레콤의 역할이 컸다.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의 한 식구가 되기까지 여정은 험난했다. 1999년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가 D램 가격 하락으로 파산하자 하이닉스반도체는 2001년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에 놓였다. 채권단은 수차례에 걸쳐 하이닉스반도체를 국내외 회사들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2009년 효성이 인수를 추진하다 돌아섰고 그해 12월 공개경쟁입찰 방식의 매각 공고에도 주인은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현대중공업의 인수 루머가 나돌았고 STX도 인수 의사를 보였다.
2011년 6월 주주협의회는 하이닉스 매각공고를 냈고 SK텔레콤은 "미래성장기반과 글로벌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유력 인수자로 급부상했다. 결국 그해 11월 SK텔레콤이 본입찰에 참여해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하이닉스반도체는 SK그룹의 품에 안기게 됐다.
◇10년간 고공 성장···글로벌 기업 도약=SK는 악조건 속에서 적자기업인 하이닉스를 품에 안았지만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SK하이닉스는 경영실적을 빠르게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인수 직전인 2011년 시가총액 약 13조원으로 국내 14위였던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총 100조원을 돌파했다.
직원수는 2011년 1만9601명에서 2021년 기준 3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회사 규모가 성장하면서 대졸 취업준비생들에게 SK하이닉스는 대기업 선호도 최상위 회사로 뛰어올랐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후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13년 3조8500억원이던 연간 투자비는 2015~2016년 6조원대로 늘었고 2017년에는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몇 년간은 매년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연구개발 비용도 크게 늘었다. 2011년 8340억원에서 2020년 기준 3조3700억원으로 4배 가량 뛰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인수 첫해 매출액 10조원에 227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던 하이닉스반도체는 직전까지만 해도 연간 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SK그룹 합류 후 이듬해 3조3790억원의 흑자로 돌아선 뒤 매년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그룹 내 '캐시카우' 회사로 자리잡았다.
반도체 업황이 가장 좋았던 2018년의 경우 매출액 4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각각 거뒀다. 그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52%를 기록했다. 2019년은 업황 부진에 영업이익이 2조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지만 2020년 5조원 수준으로 회복한 뒤 지난해는 수익성을 다시 큰 폭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2018년을 뛰어 넘는 창사 이래 최대 연간 매출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42조9978억원, 영업이익은 12조4103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각각 35%, 148% 증가했다.
올해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효과로 사상 첫 매출 50조원 돌파가 기대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매출이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M&A 승부사' SK···재계 순위 10위→3위로=SK하이닉스 말고도 SK그룹 성장의 역사는 M&A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80년 선경 시절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를 시작으로 1994년 한국이통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는 두 차례의 커다란 M&A를 통해 재계 순위 10위 바깥에 맴돌던 SK그룹은 재계 3위권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는 2000년대 들어 대기업 역대 M&A 중 가장 커다란 이벤트로 남았다.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포스코의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등 여러 M&A 역사를 되돌아봐도 인수 전후 가장 몸집이 커진 회사를 꼽자면 단연 SK하이닉스가 선두에 위치한다.
회사 돈 횡령 혐의로 2년7개월간 옥고를 치른 최 회장은 2015년 경영복귀 이후로도 M&A 승부사다운 기질은 멈추지 않았다.
2016년 반도체용 특수가스업체 OCI머티리얼즈를 사들여 SK머티리얼즈로 키워냈고, 2017년 LG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LG실트론을 인수해 SK실트론을 탄생시켰다. 2020년에는 SKC가 동박업체 KCFT테크놀러지를 품고 SK넥실리스로 재편했다. 지난해는 전기차 충전업체 시그넷EV를 인수하는 등 전기차 시장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SK는 1990년대 초 SK텔레콤 인수 이전까지 30여개 계열사를 뒀으나 지금은 12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위 그룹사가 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삼성과 SK가 메모리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세계 1위 국가이면서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 인재를 배출해왔다"며 "SK가 수조원을 투자했어도 반도체는 한 번 이익이 나면 몇 조원씩 거둘 수 있는 성장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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