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궁 때문에 브랜드 가치 훼손"···명품 줄줄이 이탈높은 다이궁 의존도 발목, 면세업계 세계 1위도 '휘청'600달러 면세한도 상향 등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 절실
매출 대부분을 다이궁에 의존하는 국내 면세점의 기형적 사업구조가 발목을 잡으면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전세계 1위에 빛났던 한국 면세점 위상을 되찾기 위해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명품 브랜드 줄줄이 이탈···"다이궁 때문에" = 8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신라면세점 제주점 영업을 오는 3월 말 중단한다. 두 곳 시내 면세점은 지방에서 유일하게 샤넬 브랜드 입점에 성공했던 곳이다. 샤넬 측은 서울 시내와 공항 면세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명품 브랜드 고유 가치를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루이비통은 지난 1월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영업 중단을 시작으로 오는 3월 신라면세점 제주점, 롯데면세점 부산점과 잠실 워드타워점에 있는 매장을 추가로 닫는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본점에 있는 나머지 시내면세점 매장도 오는 10월과 내년 3월 사이에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역시 작년 말부터 시내 면세점에서 철수를 시작해 현재 2곳만 운영 중이다. 앞서 10여곳에 달했던 롤렉스 매장 통폐합은 명품 브랜드의 국내 면세점 철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짙었다.
명품 브랜드들의 시내 면세점 철수 배경은 다이궁의 구매 행태에서 비롯됐다. 이들이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과도한 할인을 요구하거나, 중국 본토에서 되팔 때 가품(짝퉁)을 끼워 팔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이궁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점도 이탈 가속화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다이궁은 시내 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현재 이들의 비중은 90%까지 확대됐다.
◇골칫거리 된 다이궁, 코로나19 타격에 세계 1위 지위도 '휘청' =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이궁은 국내 면세 매출 상승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 받았다.
2016년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이 국내 면세점 최대 고객이었으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다이궁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은 북새통을 이뤘다. 다이궁들이 시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화장품이나 명품은 중국으로 중간 도매상들에게 넘겨진 뒤 온라인 등 각종 비공식 거래선을 통해 판매된다. 당시 중국 내에선 한국 면세품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요우커 유입이 미뤄지면서 유일한 구매 창구로 통했다.
특히 중국의 추석인 중추절과 최대 명절인 국경절을 앞두고 면세점 앞에선 선물용 제품들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다이궁들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이에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24조858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비 31.1% 늘어난 수치였다.
여전히 다이궁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은 고민거리였지만, 면세업계는 판매채널 다변화를 위해 해외 진출 등을 꾀하며 세계 1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반 관광객 매출이 급락했다. 다이궁이라도 찾아주는 게 어디냐는 안도가 나왔다.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42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다이궁 중심 사업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면세사업 활성화 정책 부재, 중국 면세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위협으로 다가왔다.
2019년까지 세계 면세점 순위 톱3는 스위스와 한국 면세점이 차지했지만, 지난 2020년 중국이 선두로 올라섰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2020년 전세계 매출 1위 면세점의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 1위 시장을 향해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등을 돌리면서 국내 면세업계의 경쟁력 마저 잃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후 관광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입점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면 고객 유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매출 회복 조짐인데···"실효성 있는 정책 뒷받침 돼야" =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했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17조8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인 2019년과 비교하면 71.7% 수준이다.
지난해 외국인 매출 비중은 95.4%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83%였으나 2020년 94%에 이어 매년 증가하면서 다이궁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 같은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면세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정부는 43년 만에 '내국인 면세 5000달러(약 594만원) 구매한도 폐지' 카드를 꺼냈다. 내국인이 국내 면세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구매액 상향 선이 사라지면서 매출 증대와 재고관리 효과 등이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 나왔다. 다이궁의 판매 독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청은 지난달 해외 거주자가 국내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국산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는 면세 역직구 허용 방안도 발표했다.
그러나 면세 매출과 직결되는 면세 한도는 여전히 600달러(약 72만원)에 머물러 업계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세한도를 뺀 차액만큼 세금 부담이 여전하기에 내국인들의 소비 진작 효과가 적을 것이란 우려다. 면세한도 상향조정 등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편 외국의 면세한도를 살펴보면 일본은 20만엔(약 205만원), 미국 800달러(약 95만원), 중국은 5000위안(약 95만원)이다. 특히 중국 하이난 면세점의 면세한도는 10만위안(약 18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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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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