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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또 금호석유 주주제안···20년전 父 내세운 '신파극'

박철완, 또 금호석유 주주제안···20년전 父 내세운 '신파극'

등록 2022.02.09 13:31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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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후보 2인 추천 등 주주제안서 발송작년 초 숙부와 지분공동보유 해제, 주총 완패장기전 시사···박찬구 가계 vs 박정구 가계 구도'명분' 마땅치 않아, 지배구조 개선에 최고 실적순이익 최대 25%의 배당성향, 주주친화도 강화그룹성장 이끈 '3대회장 유일한 장남'이라 호소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완패한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년 만에 다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박 전 상무의 두 번째 주주제안을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은 냉담하다. 금호석화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인 경영구조와 영업환경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9일 재계와 석화업계 등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최근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8.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라는 점을 앞세워 주총 의안을 직접 제시한 것이다. 박 전 상무 아버지인 고(故) 박정구 전 회장 가계의 총 지분율은 10.16%다.

주주제안이 효력을 가지려면, 상법에 따라 주총 개최 6주전까지 제안서 송부가 완료돼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따져볼 때, 3월 마지막주 금요일인 25일로부터 6주 전인 2월 11일이 마감일이다.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서에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석에 대한 후임 이사 후보 추천 등이 담겼다.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석화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7명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정진호·정용선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2차례 연임한 정진호 사외이사의 경우 '6년 임기 제한법'에 따라 이사회를 나가야 한다.

박 전 상무는 "주주제안은 금호석화가 사상 최대 호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선친 뜻을 이어 금호석화 경영을 더욱 투명화, 합리화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 전 상무는 지난해 초 '작은 아버지' 박찬구 금호석화그룹 회장과의 지분 공동보유 관계를 해소하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바 있다. 박 전 상무는 작년 3월 주총에서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그는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안과 사외이사 후보 5인의 선임안, 정관 변경안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당시 사측은 미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박 전 상무는 당장의 실리를 앞세워 소액주주 표심몰이에 나섰다. 박 전 상무는 사측 배당안(보통주당 4200원)보다 2.6배 높은 1만1000원을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박 전 상무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박 전 상무 모친과 장인까지 나서 주식을 취득했고, '박찬구 가계 대 박정구 가계' 구도가 형성됐다. 또 박 전 상무는 작년 8월 3명의 누나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각각 0.5%씩 증여하며 우군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박 전 상무 측 지분율은 작년 주총 이후로 추가 변동이 없는 상태다. 한 차례 표대결에서 패배한 만큼, 다음 주총을 위해 공격적으로 지분을 늘릴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빗나갔다. 현재 박 회장 측이 박 전 상무 측보다 4%포인트 넘게 우세하다.

이를 두고 금호석화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호실적 등으로 분쟁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박 회장은 주총 직후 사내이사에서 자발적으로 물러나며 회장직만 유지하고 있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3인 모두 전문경영인이 이름을 올렸다. 또 UN글로벌콤팩트(UNGC)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등 주요 이니셔티브에 잇따라 가입하면서 ESG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위생용 장갑 등을 만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NB라텍스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역대급 실적을 새로 썼다. 작년 결산실적은 이달 10일 발표된다. 증권가에서는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8조3711억원, 영업이익은 3배 넘게 성장한 2조4842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주친화정책도 눈길을 끈다. 금호석화는 지난 12월15일 '향후 2~3년간 별도 순이익의 25~35%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주주환원 방법은 자사주 취득 및 소각과 배당이다. 별도 기준 순이익의 5~10% 수준의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소각해 기존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하고, 순이익의 20~25%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게 골자다.

금호석화는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최소 2000억원에서 최대 2500억원을 총 배당금으로 책정하겠다는 것이다. 차등배당 정책을 무시하고 단순 계산하면, 주주들은 보통주당 7000원 이상을 지급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 전 상무도 명분 찾기에 고심한 듯 보인다. 20년 전 별세한 부친을 이번 분쟁으로 끌여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자극적인 소재를 활용해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는 "선친인 박 전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M&A, R&D 투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박 전 회장 장남으로서, 선친 뜻을 이어받아 금호석화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이 역시 시장을 회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금호그룹 3대 회장인 박 전 회장은 1996년 총수에 오른 뒤 재계순위를 10위권 안으로 안착시키는 공로를 세웠고, 2002년 바로 밑 동생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박 전 회장 치세기간 동안 그룹이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년 전 스토리를 끄집어 내 경영권 분쟁 명분과 연결시키는 것은 논점을 흐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낮은 주가를 문제점으로 부각시킨 점도 적절치 못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금호석화 주가는 2011년 금호그룹에서 계열분리할 당시 주가는 25만대를 찍었고, 차츰 우하향 곡선을 탔다. 석화업계 호황기이던 2018년 들어 11만6000원대로 회복됐고, 이후 4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지난해 들어 30만원에 육박했지만, 분쟁 이슈가 소멸된 이후 16만원대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초 경영권 분쟁이 단기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를 과도하게 띄운 결과일 뿐, 업계 호황이던 시절보다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 전 상무가 경영권 분쟁을 재점화하면서 일시적으로 주가를 띄우고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에 투자한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긴 힘들 것"이라며 "그룹을 키운 선친의 유일한 장남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것은 '오너경영 철폐'를 외치던 분쟁 명분과 오히려 상충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삼촌과 조카 간 경영권 분쟁으로 이목을 끌었던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총회가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의 완패로 끝났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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