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안전공사, 석유공사, LH 등 참관제 이미 운영한전, 참관제 운영 유야무야···노동이사제 도입 착수"공공의 이익보단 노조 이익 강하게 대변할 수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공기업 36곳, 국민연금 등 준정부기관 95곳이 노동이사를 선임하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이사제는 서울시에서 최초로 시작됐다. 2016년 9월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도입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 100명 이상인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후 서울시 사례를 참고해 현재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경기, 충남, 수원, 부천 등 14개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노동이사제를 도입·시행 중이다. 서울특별시와 각 지방자치 단체의 노동이사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함에 따라 노동이사제도의 긍정적인 역할을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그간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노동이사제 시행을 대비해 왔다. 정부가 2019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의 단계적 도입을 공식화한데 따른 것이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는 노조위원장 또는 노조위원장이 추천하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를 참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사회의 정식 구성원은 아니지만, 근로자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해 의사 결정 과정을 들여다 보고 안건에 따라 의견도 표명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노동이사제'로 가는 중간다리 쯤으로 여긴다.
현재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다수 기관들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를 끝으로 인천항만공사 등 4대 항만공기업도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을 완료했다.
울산항만공사는 2020년 9월 공운법이 개정되는 대로 상호 협의 하에 노동이사제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시행하고 있는 LH도 정부 지침에 발맞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공기업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에너지공기업들 또한 대다수는 노동이사제 사전 단계 격인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이미 운영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동서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한국전력기술, 가스안전공사 등 주요 에너지공기업들은 최근 1~2년새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도입· 운영해 왔다.
석유공사는 지난해부터 경영위원회에 노동자 대표 1인이 참관하도록 하는 유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가스안전공사도 2021년 8월 이사회를 열고 근로자대표의 이사회 참관제 조항을 신설하는 이사회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들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운영해왔던 만큼 노동이사제가 곧바로 시행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운영해오지는 않았다. 한전은 2018년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도입에 합의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지만, 작년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동이사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흐지부지됐다.
한전은 현재 비상임이사 8명 중 연임되지 않고 임기를 마치는 사람이 생길 시 노동이사 1명을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면 이에 맞춰 내부 규정을 손보는 작업에 착수하고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기관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노조 활동이 막강한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노조의 영향력이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 공기업 임원은 "이미 노조 힘이 막강한 공공기관에서는 노조에 좌지우지되는 상황들이 연출될 수 있다"며 "공공의 이익보단 노조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하면서 이사회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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