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컨소, 휴젤 지분 43% 1.5조에 인수(주)GS, 1억달러 더 투자해 최대주주로신성장동력 의료바이오사업 본격 추진요기요 이어 휴젤 인수로 사업 다각화취임 3년차 허태수 '뉴 투 빅' 전략 성과CVC 설립으로 스타트업 투자도 본격화
GS그룹은 지난 2004년 LG그룹 계열 분리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된 정유, 건설, 유통 삼각체제를 깨고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2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에 이은 휴젤 인수 성공으로 과거 수차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중도 포기하면서 달았던 '양치기 소년' 꼬리표도 뗐다.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은 허태수 회장의 '뉴 투 빅(New to Big)' 전략이 잠들어 있던 GS그룹의 신사업 DNA를 깨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휴젤 인수 공격 투자로 최대주주 등극 = GS그룹이 구성한 다국적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첫 계약 체결 이후 6개월여만에 휴젤 지분 43%를 1조5000억원대에 최종 인수하기로 했다.
GS그룹 지주사 (주)GS에 따르면 GS 컨소시엄은 휴젤 최대주주 베인캐피털로부터 지분 43.2%(전환사채 포함)를 1조558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변경 계약을 11일 체결했다.
앞서 ㈜GS는 지난해 8월 25일 C브리지캐피털(CBC)그룹,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Mubadala)인베스트먼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휴젤 지분 46.9%(전환사채 포함)를 1조7239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변경 계약에 따라 전환사채의 전환 가능 주식 수가 80만1281주에서 21만1140주로 바뀌면서 인수 금액이 조정됐다.
GS 컨소시엄은 휴젤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해외 특수목적회사(SPC) '아프로디테애퀴지션홀딩스(Aphrodite Acquisition Holdings)'(이하 아프로디테홀딩스)를 통해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휴젤의 최대주주가 된다.
(주)GS는 IMM인베스먼트와 설립한 또 다른 해외 SPC '디오네(Dione Ltd.)'를 통해 4억달러를 아프로디테홀딩스에 투자하고, 아프로디테홀딩스 지분 42%를 확보하게 된다.
(주)GS는 당초 IMM인베스트먼트와 각 1억5000만달러를 디오네에 출자하기로 했으나, 1억달러를 추가해 총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GS는 CBC그룹과 동일하게 아프로디테홀딩스 지분 각 42%를 보유함으로써 휴젤의 실질적인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GS 컨소시엄에 참여한 또 다른 투자자 무바달라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은 16% 수준으로 축소됐다.
휴젤의 최대주주로서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 GS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인 의료바이오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GS그룹은 휴젤 인수를 통해 처음으로 의료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 이전에는 2,3-부탄디올 등 화학제품이나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는 산업바이오 사업만 진행했다.
휴젤은 중국, 동남아, 중동, 러시아 등 28개국 보톨리눔 톡신 시장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31개국 히알루론산 필러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GS그룹은 휴젤 인수 완료 이후 국내외 보톨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시장의 생태계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의료바이오 시장 확대를 통해 기존의 산업바이오 사업과 시너지를 추구하고, 친환경 그린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바이오 사업 플랫폼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계약 체결 당시 "휴젤은 국내외 수많은 바이오 기업 가운데 보톨리눔 톡신과 히알루론산 필러 등 검증된 제품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며 "GS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육성해 미래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더욱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건설·유통 삼각체제 깨고 사업 다각화 = GS그룹의 휴젤 인수는 허태수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육성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해 온 뉴 투 빅 전략의 결실이다.
GS그룹은 지난 2004년 LG그룹 계열 분리 이후 정유(GS칼텍스), 건설(GS건설), 유통(GS리테일) 삼각체제에 국한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왔다.
특히 핵심 사업인 정유업 시황에 따라 그룹의 수익성 지표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사업 다각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형 허창수 회장에 이어 GS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허태수 회장은 지난 2년간 이 같이 고착화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데 공을 들였다.
특히 허 회장은 다양한 분야의 투자 대상 기업을 물색하면서 기존과 다른 사업을 발굴해 확장시켜 나가는 뉴 투 빅 전략을 추진해왔다.
허 회장은 과거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런던법인장, IB사업부 상무 등으로 재직하며 투자에 대한 감각과 역량을 갖췄다. 이 같은 경험을 살려 그룹 회장 취임 전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GS홈쇼핑(현 GS리테일)에서도 다양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추진한 바 있다.
허 회장의 공격적 투자 의지는 지난해 '퀵커머스(즉시 배송)' 시장 1위 도약을 목표로 내건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로 이어졌다.
GS리테일은 지난해 8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보유한 요기요 운영사 DH코리아 지분 100%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를 통해 오는 2025년 시장 규모가 최소 5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퀵커머스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편의점 'GS25', 대형 슈퍼마켓 'GS 더 프레시' 등 1만6000여개 소매점과 60여개 물류센터에 요기요의 배달 플랫폼을 결합해 퀵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 밖에 지난해 7월에는 GS칼텍스가 모회사 GS에너지와 함께 '카카오T'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기업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원을 투자해 지분 0.73%를 취득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모빌리티 시장의 기술 혁신에 대응해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자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에너지 인프라 및 네트워크 사업자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은 GS칼텍스가 처음이다.
GS그룹은 이 같은 행보를 통해 과거 수차례 대규모 M&A를 추진했다가 중도 포기하면서 쌓인 부정적 이미지도 털어냈다.
GS그룹은 조선, 물류, 항공 등 다양한 분야의 굵직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막판에 발을 빼거나 중도 하차한 바 있다.
실제 GS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을 인수하려다 포기했고, 2012년에는 코웨이 인수를 추진했으나 탈락했다.
2019년에는 GS그룹이 아시아나항공, 2020년에는 GS건설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했다가 포기했다. 이 보다 앞선 2015년에도 GS리테일이 KT렌탈 인수를 추진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지주사 CVC 1호 앞세워 스타트업 투자 = 허 회장과 GS그룹이 점찍은 다음 투자 행선지는 스타트업이다.
(주)GS는 지난달 7일 국내 지주회사 최초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전문회사 GS벤처스를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GS벤처스는 GS그룹이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에 대한 투자를 위해 자본금 100억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지분율 100%의 CVC 법인이다.
GS그룹은 지난해 12월 말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처음으로 CVC를 설립했다.
투자 대상은 바이오, 기후 변화 대응, 자원순환, 유통, 신에너지 등 GS그룹이 정한 신성장 분야의 국내 유망 스타트업이다. 초기 설립 및 자금 유치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이후 각 계열사와의 협력을 추진할 방침이다.
GS벤처스 설립에 따라 GS그룹은 국내와 해외 CVC 법인 '투트랙(Two-track)' 체제로 본격적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다.
GS그룹은 앞선 2020년 7월 미국 실리콘벨리에 CVC 법인 GS퓨처스를 설립하고 해외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GS퓨처스는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GS는 지난해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파트너스가 국내 최초 100% 민간 자금으로 조성한 기후 기술 특화 펀드 '클라이밋 솔루션 펀드', 테크 스타트업 전문 펀드 '대전규제자유특구 블루포인트 투자 펀드' 등에 투자한 바 있다.
2020년에는 미국의 바이오 및 기후 변화 대응 솔루션 전문 엑셀러레이터인 인디바이오(IndieBio)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앞서 "신사업은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친환경, 모빌리티, 바이오테크 등 다양한 분야까지 확대해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등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개방형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GS의 투자 역량을 길러 기존과 다른 사업모델을 만드는 뉴 투 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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