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대 지분 쥔 외국인 주주 부정적 시선 거론노조 후보 과거 '노조위원장' 이력 뒤늦게 알려져"선택적 이력 공개 아니냐"···비판 속 주주 동의 의문"직원복지·고용안정 활동은 인정···경영엔 갸웃" 분석도
KB금융 지분 약 71%를 손에 쥔 외국인 주주의 표심이 이전과 달라질 명분이 없다는 분석과 함께 디지털 전환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유연한 경영 환경을 위해 오히려 기존 이사회에 힘을 더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KB금융 노조가 추천한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이 노조위원장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어 이런 배경 속에선 주주들의 표심을 더욱 끌어당기긴 쉽지 않다는 해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KB금융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조가 추천한 김영수 사외이사 후보와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꼽은 최재홍 후보의 표결 통과 여부가 관심사다. KB금융은 이번 주총에서 최소 1명의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노조는 김영수 후보의 수출입은행 부행장 이력과 최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상임이사로 재직하면서 해외대체투자사업 부문을 맡아온 점을 강점으로 꼽아 이번 사외이사 후보로 선택했다. 앞서 김영수 후보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이사회 사무국에 전달했다.
노조는 "KB금융 내에는 경쟁사와 달리 사외이사 가운데 주로 해외투자를 담당하는 '글로벌 부문'이 따로 없어 지금처럼 해외 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KB금융은 지난 2008년 9392억원을 투입해 매입한 카자흐스탄 BCC은행 지분에서 1조원의 평가 손실을 봤고 2020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도 지난해 1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평균 부실여신 비율(2.14%)의 2배가 넘는(4.94%) 손실이라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반대로 KB금융 사추위는 최재홍 후보가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한민국 모바일앱어워드 심사위원장, NHN재팬과 e-삼성 재팬의 사업고문, 카카오 사외이사 6년간 연임 등 국내 대표 ICT 전문가라는 점에 주목해 이번 주총에 올렸다.
노조가 주장하는 글로벌 사업 손실과 관련해서도 "부코핀은행 인수 등은 적정한 가격의 중위권 은행을 인수해 '굿뱅크'로 전환하는 인도네시아 진출 전략 방향에 기반한 것"이라며 "이사진 구성이나 전문성과는 인과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가 지적하는 '해외투자를 담당하는 글로벌 부문이 따로 없다'라는 지적도 KB금융이 지난해 말 글로벌전략총괄(CGSO) 산하에 '글로벌본부'를 신설하면서 이 조직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단이 유보된 상태다.
이 가운데 금융권 목소리를 종합하면 어느 때보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주총 통과까진 역부족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그 어느때보다 KB금융 노조의 사외이사 입성 의지도 강하다.
일단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소수주주 권리행사 특례조항에 따라 주주 제안을 하려면 발행 주식 총수의 0.1%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KB금융 노조는 임직원과 일반주주 위임장을 받아 발행 주식 총수의 0.55%(214만여주)를 확보해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금융그룹 지배구조의 유력한 축인 외국인 주주들이 최근까지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들도 이런 흐름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들이 '디지털 전환'이나 '금융 플랫폼' 시대의 과도기를 겪는 금융 환경 속에서 자신들의 주주 가치에 앞서 노조의 선택을 지지할 명분이 약한 점도 주목된다.
특히 KB금융 노조 추천 김영수 후보가 수출입은행 재직 시절 노조위원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런 '프레임'은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금융권에선 KB금융 노조가 김영수 후보의 '해외 전문가' 타이틀은 강조했지만 이런 이력은 처음부터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영수 후보의 노조위원장 이력이 문제 될 것은 전혀 없지만 처음부터 밝히지 않고 나중에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안다"며 "괜한 우려에 애초부터 선택적으로 이력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뒷말이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엄정한 후보 검증 과정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일고 있다. 결국은 노조 '경영 능력'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입김 강화를 위한 후보를 앉히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런 비판은 KB금융 사추위가 2015년에 도입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프로세스를 거쳐 후보를 검증했다고 강조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KB금융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원칙으로 내걸고 주주와 외부 서치펌에서 후보군을 구성하고 평판 조회와 최종후보군 압축을 거쳐 자격검증과 사추위원 투표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사추위와 노조의 후보 추천 과정이 대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금융지주 배당 제한' 등으로 주주들이 그간 성과 대비 과실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는 점도 이번 주총의 표심을 가를 '키'로 거론된다. 주주가치 제고와 KB금융의 지속 성장을 위해 아무래도 표심은 기존 경영진에 힘을 더해주는 '안정' 쪽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이다.
이처럼 금융지주가 주주가치 측면에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은 과거에도 꾸준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면면을 보면 2017년 하승수 변호사(주총 부결), 2018년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주총 부결), 2019년 백승헌 변호사(자진 철회), 2020년 윤순진 서울대교수·류영재 서스틴대표(주총 부결) 등 이미 기존 이사회 구성원 이력과 차별점이 없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한 방'이 없다는 점에서 모두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노조 추천이사제 통과 여부는 민간 금융사에도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도입되는지 여부에서 초미의 관심사"라며 "다만 과거 자진철회 후보를 제외하고 표결까지 갔던 후보도 5% 동의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의 직원 복지를 위한 행보와 고용안정성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엔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아직까지 민간 금융사 주주 입장에서 경영 참여를 위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입성엔 갸웃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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