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30년 EV 판매 목표 187만대, 120만대 설정작년 수립 목표 대비 상향 조정...아이오닉5·EV6 흥행 영향투자 규모 상향 조정...2030년 지역별 판매 목표도 구체화전기차 수요 대응, 배터리 회사 제휴로 해외 현지 조달전기차 라인업 확대 기반 글로벌 판매도 끌어올릴 방침
현대차는 지난 2일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포함, 17종 이상의 전기차(EV) 라인업을 구축해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 187만대(현대차 152만대·제네시스 35만대), 점유율 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음날 기아도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량 400만 대 중 30%인 120만대를 전기차 판매 목표치로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를 2670만대로 보고 있다. 이 시장에서 현대차그룹 187만대, 기아 120만대, 합산 307만대 대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1%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1년 전 제시한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 기아는 지난해 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88만대로 제시했다. 올해 발표한 목표치 120만 대 보다 30% 낮은 수치다.
현대차는 2020년 12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밝히진 않았지만, 2025년까지 56만대, 2040년 글로벌 시장 점유율 8~1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제시한 2030년 점유율 7% 달성은 2040년 목표치에 근사한 수준의 점유율을 10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EV 전략은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와 EV6가 연이어 흥행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게 밑그림이 됐다는 분석이다.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선도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E-GMP는 배터리, 모터 및 전력 전기 시스템을 포함한 차량의 섀시로 구성되어 있으며 확장 가능한 휠베이스를 통해 다양한 유형의 차량을 구성할 수 있도록 모듈화 및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드라이빙 경험이 가능하도록 전기차의 퍼포먼스를 혁신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배터리 물량 확보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배터리 종합 전략'을 마련했다. 현대차는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제조 원가를 낮추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시설을 전동화에 최적화된 생산 시스템으로 신속히 전환하기로 했다. 전기차 판매 가격에 제조 원가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하반기 싱가포르에 완공되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제조 혁신 플랫폼으로서 전기차를 비롯한 차량 생산 시스템 전반의 효율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곳에 도입되는 선진 물류 시스템과 유연한 생산 구조는 향후 현대차 글로벌 전 공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이를 통해 향후 전기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을 적극 확대해 글로벌 전기차 생산 최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 미국, 중국 등 글로벌 9개 생산 거점 중 국내 및 체코가 중심인 전기차 생산기지를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먼저 최근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공장이 연내 전기차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며 기존 생산 공장 외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등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원활한 전기차 생산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안정적 배터리 조달과 배터리 성능 고도화를 추진하고자 ▲조달 ▲개발 ▲모듈화 등 3가지 전략을 종합한 '배터리 종합 전략'을 수립했다. 현대차는 우선 2030년 전기차 187만대 판매에 필요한 17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톱 티어 배터리 회사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현재 이 같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2023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대수에 상응하는 배터리를 조기에 확보했다.
특히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회사와 제휴를 맺어 주요 지역에서 배터리 현지 조달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베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해 2024년부터 전기차 연간 15만대에 적용할 수 있는 10기가와트시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며,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배터리 회사와의 추가적인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러한 전략적 제휴를 통해 2025년 이후 적용 예정인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의 50%를 조달할 계획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지난해 4월 출시하여 연말까지의 누적 판매대수가 6만 7000여대(내수 2만3000대, 수출4만4000대)에 이른다. 같은 해 8월에 출시한 기아 EV6도 불과 5개월 사이에 3만2000여대(내수 1만1000대, 수출 2만1000대)나 팔았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전체적인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5월 현지 판매가 시작된 이래 지난 1월까지 누적 2만1650대를 팔았다. 기아 'EV6'는 지난 1월까지 누적 1만1302대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기아가 유럽에서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점유율 4위를 기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유럽 진출 이후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유럽 시장 판매 기록이자, 역대 최고 점유율이다.
호평도 이어졌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5는 유럽 올해의 차 최종 후보 7개 모델 중 중 3위를 기록했다. 기아 EV6는 한국 브랜드 최초로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에 선정됐다. 또 '2022 아일랜드 올해의 차', '2022 왓 카 어워즈 올해의 차'(영국), '2022 독일 올해의 차 프리미엄 부문 1위' 등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이같은 상승세를 기반으로 글로벌 전기차 목표치 달성을 위해 미래 사업 투자 규모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의 향후 5년 간 투자 규모는 95조 5000억원이며, 기아는 기존 계획 대비 5조원 늘어난 28조원에 달한다. 도합 123조 5000억원 규모다.
지역별 판매 목표도 구체화했다. 코로나 19 등 각종 불확실성 리스크로 판매량 및 점유율 조차 지수화하지 못했던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대차는 2030년 미국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의 58%에 해당하는 53만대를 전기차로 판매해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 11%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판매의 69%를 차지하는 전기차 48만대를 판매해 현지 전기차 점유율 6%를 확보하고, 한국 시장에서는 29만대(전기차 판매비중 36%)를 팔아 전기차 점유율 58%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는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모빌리티 디바이스의 하드웨어 성능 개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역량을 더욱 강화해 최적화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기아도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차 비중을 유럽 63%, 북미 36%, 국내 44%, 중국 37%로 늘리기로 했다. 목표 대수는 유럽 40만대, 미국 31만2000대, 국내 22만9000대 등이다.
2023년부터는 EV9을 비롯해 매년 2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2027년까지 14개 차종의 EV 풀라인업을 구축하여 글로벌 시장 영역 확대에 나선다. 이는 2026년까지 11개 차종을 출시하겠다는 기존 계획 대비 ▲전용 전기 픽업트럭과 ▲신흥시장 전략형 전기 픽업트럭 ▲경제형(엔트리급) 전기차 3종이 추가된 것이다.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기반으로 전기차의 판매도 빠르게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전기차 16만대를 시작으로 ▲2026년 80만7000대 ▲2030년 1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이는 2030년 기준으로 2021년 'CEO 인베스터 데이'때 발표한 목표치 87만7000대보다 약 36% 높아진 수치다.
특히, 4대 주요 시장에서 109만9000대를 판매해 해당 시장의 전체 판매 대비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30년 4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기차 볼륨 확대를 위해서 전기차의 생산 기지 역시 재편한다. 한국이 전기차의 연구개발, 생산, 공급 모두를 아우르는 글로벌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유럽·미국·중국·인도 등 대부분의 글로벌 생산 기지에서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2025년부터 소형 및 중형(B/C 세그먼트) 전기차를, 미국에서는 2024년부터 북미 시장 주력 차급인 중형급(C/D 세그먼트) SUV 및 전기 픽업트럭을 현지 생산한다. 중국에서는 내년부터 중형급(C/D 세그먼트)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인도에서도 2025년부터 엔트리 및 중형급(A/C 세그먼트) 전기차 모델을 생산할 계획이다. 기아는 전기차 판매 확대로 2030년 배터리 소요량이 2022년 13GWh에서 119GWh로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터리 수급 전략을 수립하고 배터리 기술 고도화도 추진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업의 비전인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Sustainable Mobility Solutions Provider)'으로 성장하기 위해 미래 사업 전환, 모든 접점에서의 고객 중심 경영, 기본 내실 강화에 만전을 기하면서 올해도 역동적인 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ls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