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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원자재 급등···정유·화학·배터리 '초비상'

유가·환율 더블리스크

유가·원자재 급등···정유·화학·배터리 '초비상'

등록 2022.03.10 16:26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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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 원유·가스·석탄 수입 금지국제유가 배럴당 130달러 육박 출렁니켈 가격도 1년 새 132.5% 폭등해국내 산업계 직격타에 대책 마련 분주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국제유가 추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정유업계를 비롯한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유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또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원료 니켈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가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가 폭등에 니켈 거래 중단까지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방 세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초고강도 제재다. 영국 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강화 움직임에 발맞춰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따라 급격한 상승세를 타던 국제유가는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며 또다시 출렁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129.44달러까지 올랐다가 12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장과 비교해 4.30달러(3.6%) 오른 것으로,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다만,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감 등으로 다음 날인 9일 WTI 가격은 전장보다 15달러(12.1%) 급락한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의 톤(t)당 가격은 지난 7일 기준 4만2995달러(약 5312만원)로, 전년 대비 132.5% 상승했다. 이는 전일 대비 하루 새 44.3% 급등한 것으로, 장중 한때 10만달러 이상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니켈 가격이 이같이 폭등한 것은 러시아가 니켈의 주요 공급국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니켈의 10%가량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국 런던금소거래소(LME)는 8일(현지시간) 니켈 거래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LME는 공식 성명을 통해 "밤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니켈 가격 상승에 따라 최소한 오늘 하루 동안은 니켈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수익성 악화·원가 상승 압박 우려 = 세계 5위 원유 수입국이자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지난해 겨우 영업적자에 탈출한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은 재고평가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으로 수익성이 약화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정유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다.

실제 이달 첫째 주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5.7달러로, 전주 6.9달러 대비 1달러 이상 하락했다. 정유업계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적자를 떠안았다가, 지난해 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으로 실적을 회복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1년 연간 영업손익은 7조2333억원 이익으로 전년 5조319억원 손실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원유에서 추출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석유화학업계 역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업계의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현물 가격은 이달 첫째 주 톤당 1023달러를 기록해 전주 대비 26.9% 상승했다. 이러한 원재료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업계는 수요 위축 우려 탓에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어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배터리 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니켈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회사들이 주력 생산하는 삼원계 배터리, 즉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다. 국내 배터리회사들은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출력을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80~90% 수준으로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고 있어 원활한 니켈 수급이 중요하다. 특히 배터리 원자재는 전체 배터리 생산 비용의 70∼80%를 차지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배터리 가격도 동반 상승해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

◇대체 수급·공급처 다변화 등 대응 = 각 산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에 대응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정유업계는 원유 수급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 대체 수급처를 발굴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향후 유가 변동성과 위험 요인 등에 대한 점검 체계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유사는 지난달 평균 80%대까지 높아졌던 공장 가동률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는 장기적으로 유가가 급락할 경우에도 재고평가이익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어 관련 대책 역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업계도 원료 다변화를 통해 가격 부담이 큰 나프타를 대신할 대체 원료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나프타 사용 비중 축소하는 대신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충남 대산공장의 LPG 사용량을 약 10%에서 30% 수준까지 늘리기 위한 원료 설비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호주와 독일 등에서 니켈, 리튬 등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원재료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8월 호주의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니켈 가공품(MHP·니켈 및 코발트 수산화 혼합물)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톤, 코발트 7000톤을 공급받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올해 1월 독일 리튬 생산 업체 벌칸 에너지로부터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수산화리튬 4만5000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유럽지역 리튬 생산 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다. 수산화리튬은 니켈과 합성하기 쉬워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전기차 배터리 원료로 사용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원재료 공급만 다변화를 통해 일부 국가에 편중된 원재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예측 불가능한 공급망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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