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WTI, 120달러 찍으며 14년만의 최고가行증권가 "유가 오버슈팅 리스크, 당분간 악재로 작용"
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개장과 동시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30.50달러, 브렌트유는 139.13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13년 7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이후 브렌트유와 WTI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긴했지만 여전히 12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가는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금지 제재안 검토 소식에 급등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유럽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를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란 핵 협상 타결 지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가격 인상, 리비아 생산량 감소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 증시에서도 정유주와 항공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S-Oil은 전날보다 4.35%(3900원) 급등한 9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극동유화(10.94%), 한국가스공사(2.84%) 등 에너지주가 급등한 반면 대한항공(-3.5%), 아시아나항공(-3.26%), 제주항공(-2.99%) 등은 급락세를 보였다.
유가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도 크게 출렁였다. 같은 시각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 선물혼합 ETN(H)'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 등은 30% 이상 급등하며 강세를 보였다.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은 10~20%대 약세다.
증권가에선 유가 리스크가 당분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미 민간에서 러시아 원유 매입을 꺼리면서 러시아 원유 트레이딩의 70%가 멈췄고, 이 수요가 다른 유종으로 쏠리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이 오버슈팅으로 반영된 점도 있겠지만, 오버슈팅 리스크는 한동안 시장을 괴롭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전쟁 이슈를 제거하고 보더라도, 원유 재고는 이미 수년래 최저 수준"이라며 "이란 핵협의, OPEC 증산, 중국과 인도의 수요 분산 등의 가능성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셰일에 대한 규제 완화 여부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증시는 제한된 상방과 하방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할 전망"이라며 "밸류에이션 메리트는 지수의 하방을 지지할 수 있으나, 지정학적 민감도가 높은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전면적인 반등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국내 소재(철강·금속·화학)과 에너지 섹터 등 경기민감주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만약 미국만 수입 제한에 나설 경우 러시아의 공급 차질 우려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까지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에 나설 경우 공급 부족이 확대되며 유가가 재차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주식시장의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는 국지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원만한 합의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유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며, 증시는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이미 국가간 대립이 체제간 대립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 및 확산된다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2023년 글로벌 경기 둔화 혹은 침체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은 강력한 하방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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