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백지화 속도...원전 기술 개발 확대·수출 확대 탄력NDC 및 2050 탄소중립 정책 수정 불가피... 원전 업계 '온기'두산중공업, 탈원전 희생양→글로벌 원전 기업 탈바꿈 기대
윤 당선인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후 줄곧 탈원전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SNS에 "탈원전 이후 에너지 주권을 상실한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됐다"며 "원전 생태계를 회복하고 안전한 원전 기술을 발전시켜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핵심 동력으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공약집을 통해서도 탈원전 정책 폐기를 약속하면서 원전을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중심으로 놓고, 신재생 에너지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원자력, 배터리, 태양광, 수소 기술 분야를 글로벌 '톱3' 수준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부터 건설 재개 전망...SMR개발 탄력·탄소중립 속도 조절 = 윤 당선인의 원전 확대 정책에 따라 한동안 멈춰있었던 원전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가 예상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윤 당선인이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내세운 첫 번째 공약이다. 경북 울진군의 신한울 3·4호기는 1400메가와트(㎿)급 한국 신형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으로, 원래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올해와 내년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정률이 30% 진행된 상항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 공사 간 4년 넘게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새 정부 출범 직후 이른 시일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2030년 이전 최초 운영허가 만료 원전에 대해서도 안정성 확인을 전제로 계속 운전 계획을 밝혔다. 이렇게 되면 2030년 이전 운영 허가가 끝나는 10기 원전 역시 계속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2호기의 경우 오는 2023년 운전 허가가 끝나는데 이 역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4기의 원전이 가동 중(8기는 정비중)이며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4기가 건설 중이다. 유보 중인 신한울 3·4호기도 조기 완공해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면 곧 원전 6기가 새로 가동하게 된다.
원전 기술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산중공업이 SMR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는 SMR 실증·상용화 촉진을 통해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한 윤 당선인의 구상과 맞물린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넷제로(Net Zero. 온실가스 제로)' 배출을 달성하겠다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재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신념이 아닌 과학기술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실현 가능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2050 탄소중립 달성방안을 수립 및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NDC 또한 하향 조정하는 선에서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 채권단 조기 졸업에 정부 친원전 기조로 '겹경사' =시장에선 새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수년간 고사 직전에 내몰렸던 원전 업계에 모처럼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채권단 관리 체제 23개월 만에 조기 졸업한 데 이어 새 정부의 원전 정책 변화로 겹경사를 맞았다는 평가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중단되면서 공중분해 위기를 겪었다. 핵심 사업인 원전 사업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고, 급기야 채권단 관리체제에까지 돌입했다.
혹독한 구조조정 끝에 풍력발전, 가스터빈 등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완벽한 체질 개선을 이루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 정부 기조가 친원전으로 바뀌게 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글로벌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우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원전 활용이 재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원전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던 두산중공업은 상당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등 국내 원전 사업 재개와 더불어 수출 확대에도 적극적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이집트 원전 사업에서 6000억원 규모의 수주가 확정된 상태다. 하반기에는 체코 원전 사업에 대한 공식 입찰을 진행해 2024년에는 수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EU의 녹색분류체계(텍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 다른 국가에서도 원자력 발전이 가능해지면서 원전 수주 규모는 더욱 늘어난 전망이다.
차세대 원자력 발전인 SMR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수주가 예상된다. SMR은 두산중공업의 미래 신사업 중 하나로, 향후 꾸준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SMR 시장은 2040년까지 최대 3000억달러(약 35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2050년까지 SMR 16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미국도 차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중공업도 이런 기류에 편승해 2026년까지 연평균 48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목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정책이란 끊임없이 안정적인 공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며 "친원전 정책 기조에선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먼저 되어야 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 미래 에너지원인 원자력 발전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원전 사업을 이끄는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의 희생양에서 글로벌 원전 기업으로의 탈바꿈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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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l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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