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野 승리'로 끝나자 금융권 당혹 고승범·정은보·윤종원 등 교체 가능성 제기 인수위원회 가동과 동시에 하마평 나올 듯
금융 공공기관장의 잔여 임기는 제각각이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가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들 모두 당선인 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5월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과 맞물려 금융당국과 금융 공기업 수장 등에 대한 인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면 주요 기관장의 하마평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보통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추구하는 정책 방향에 맞춰 새판을 짜는 게 일종의 관례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금융당국 두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부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장, 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 사장의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법으로 임기를 보장받지만, 그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물러나거나 재신임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
작년 8월 취임한 고승범 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은 재임 기간을 1년도 채 보내지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융당국 수장으로 등판했다는 점에서 완주를 낙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두 사람은 대선 이후의 행보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점검하며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도하는 데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등 국책은행장의 교체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이들 모두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인 데다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서다.
방문규 행장은 오는 10월, 윤종원 행장은 12월 각각 임기를 마친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3년 9월까지 임기를 연장했지만, 산업은행 회장은 정부의 산업정책과 밀접한 만큼 새로운 인물에게 자리를 내줄 공산이 크다. 이 회장도 연임 확정 당시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면서 언제 떠나게 돼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혹시 모를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힌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윤종원 행장의 완주 가능성은 반반이다. 정부의 의중에 따라 조기에 물러날 수도 있지만, 기업은행이 양호한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정해진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란 진단도 존재한다. 김도진 전임 행장 역시 정권이 교체된 가운데도 안정적으로 경영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과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태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금융공기업 CEO도 교체 대상으로 지목된다. 각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또는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윤대희 이사장은 6월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당초 그는 지난해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대응과 내부 혁신에 힘쓴 공로로 1년 더 신보를 이끌게 됐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자연스럽게 퇴임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사장과 김종호 이사장의 향방도 관심사다. 다만 두 사람의 경우 아직 교체 여부를 단언하긴 어렵다. 작년 10월과 11월 취임한 탓에 재임 기간이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고, 공과를 가를 만한 기준도 마땅찮아서다. 따라서 정부도 이 부분을 고려해 이들을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당선인 측이 선거 승리에 대한 논공행상 차원에서 금융업과 관련 없는 인물을 CEO로 내려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관은 물론 '낙하산'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당사자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선자나 정부와 가까운 인물이라는 이유로 대표자를 선정하는 것은 기관은 물론 금융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능력에 기반한 인사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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